'기' 빠진 독일전, 독일파 듀오가 메운다
멕시코전 부상한 기성용 결장
주장 '예비 캡틴' 손흥민 유력
손, 분데스리가서 독일 파악
중원 엔진 독일 8년차 구자철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LA시간으로 27일 오전 7시 러시아 카잔에서 독일과 러시아 월드컵 F조 최종전을 치른다. 앞선 스웨덴전(0-1패·18일)과 멕시코전(1-2패·24일)에서 모두 패한 한국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실낱 같은 희망이지만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다. 최종전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고, 우리가 독일에 두 골 차 이상으로 이기면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다. ESPN은 한국이 16강 진출 가능성을 1%로 전망했다. 일본은 조 1위 확률 40%, 2위 확률 41% 등 16강 확률이 81%나 된다.
독일은 지난 대회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강호지만, 난공불락은 아니다. 멕시코와 첫 경기에서 0-1로 졌고, 스웨덴과 2차전은 1-1로 비기다가 종료 직전 결승골로 간신히 이겼다. 여러가지 좋지 않은 일로 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멕시코전을 통해 투지를 회복한 한국은 독일전에 남은 체력과 열정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문제는 신태용호의 '벼랑 끝 도전'을 이끌 핵심 동력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주장 겸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29·스완지시티)이 부상으로 독일전에 나설 수 없다. 멕시코전 후반 상대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포르투)의 거친 태클에 왼쪽 종아리를 다쳤다. 경기 후 정밀 검진을 한 결과 종아리 근육 일부가 늘어나 2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성용은 경기 후 목발 형태의 금속 보조기를 착용한 채 다리를 절며 굳은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은 "다리가 아파서…"라며 완곡히 거절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대체불가' 선수로 꼽힌다. 경기 흐름을 읽고 완급을 조율하는 능력은 물론, 패싱력과 리더십에서 군계일학이라는 평가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기성용에 대해 "한국축구대표팀의 약점"이라고 했다. 기성용이 공격에 가담하면 수비 완성도에 문제가 생기고, 무게 중심을 수비에 둘 땐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현상을 '약점'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꾸리는 과정에서 권창훈(디종), 김민재(전북), 이근호(강원), 염기훈(수원), 김진수(전북), 박주호(울산) 등이 부상으로 줄줄이 낙마했지만, 기성용은 팀 내 비중과 역할에서 차원이 다른 선수다. 빈자리를 메울 선수가 마땅치 않다.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이 책임지던 선수단 리더 역할과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분리할 예정이다. 주장 완장은 '공격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찰 가능성이 크다. 부주장 장현수(FC 도쿄)가 있지만,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잇달아 실점에 관여하며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독일전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손흥민은 이미 캡틴 예행연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전에선 결장한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으로 나섰고, 시원한 중거리포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기성용이 "앞으로 흥민이가 주장을 맡아야 한다. 한국 축구를 더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나섰던 구자철은 캡틴보다는 중원 구심점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A매치 69경기(19골)를 소화한 경험이 돋보이지만, 지난 시즌 막바지에 당한 부상 여파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게 부담이다. 경쟁자로는 정우영(빗셀 고베)이 꼽힌다. 정우영은 플레이 스타일에서 기성용과 가장 흡사한 스타일이지만,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또 독일 등 유럽팀을 상대로 뛰어본 경험이 부족한 게 약점이다.
한국의 공격을 이끄는 손흥민과 구자철은 나란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쳐 지난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했다. 구자철은 지난 2011년 볼프스부르크에 진출한 이후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을 거치며 8년째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누비고 있다. 독일 선수들의 특징과 경기 방식에 정통한 '지독(知獨)파' 선수들이다. 독일전에 정신적·전술적 리더 역할을 맡기기에 충분하다.
신태용 감독은 25일 "기성용의 공백은 대표팀에 심각한 손실"이라면서 "독일전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성용의 빈자리를 메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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