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구획안 투표소 표정] "한인들 이렇게 많이 투표한 것 처음"
문 열기 3시간 전부터 줄서
한인 시니어들 대거 찾아
"타운은 우리가 일군 곳"
2세들도 "내 고향 지킨다"
나성열린문교회 투표소에 온 나훈(74)씨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해서 일찌감치 본때를 보여주려고 앉아 있다"며 "작은 것이라도 우리 것을 우리가 지켜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표장에 왔던 한인은 단체 카톡방에 "여태껏 투표라는 게 좌·우, 남·녀, 노·소 갈라져 싸우는 모습만 봤는데… 이렇게 한마음으로 투표하는 모습 보니 울컥하네요"라고 글을 올렸다.
위기로 뭉친 시니어들
○…시니어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았다. 긴 투표 행렬에서는 "창피하다" "너무한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전형근(70대)씨는 "한인타운은 4·19 폭동과 지진을 견디며 한인들이 일궈온 지역이다. 이곳을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순식간에 절반을 차지할 수가 있나"며 비판했다. 하시엔다하이츠에서 온 70대 김모씨는 "한인들의 정치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한인타운이 반으로 쪼그라든다면 후세에 부끄럽지 않겠냐"고 말했다.
참여 정신 세대차 넘었다
○…시니어, 중장년층 대열 사이로 한인 청년도 눈에 띄었다. 한인타운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한인 2세 안재홍(38)씨는 "한인타운은 우리의 자존심이고 내 역사의 일부분이다.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며 성장한 고향 같은 곳이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설명했다. 안젤라 정(24)씨는 어머니와 동생 2명과 투표장에 나왔다. 정씨는 "한인타운에서 자랐고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공간이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안내·차량 통제 돋보여
○…봉사자들은 개미처럼 움직였다. 주민들에게 투표법을 안내하며 바삐 움직였다. 한인마트와 투표장을 오가는 무료 셔틀이 운행됐다. 자신의 차량으로 한인들을 태운 제이 김(51)씨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내 차를 끌고 왔다. 아시다시피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주장하는 확장안은 그들의 인구에 비해 너무 넓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햇볕을 피해 차량 안에서 투표용지를 작성했다. 한남 체인과 투표장을 오가고 있는 봉사자 박모씨는 "한 시간 동안에 벌써 20번은 넘게 왔다갔다한 것 같다. 투표가 끝날 때까지 운전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타인종도 놀란 투표 열기
○…한인타운 북동쪽에 위치한 램파트빌리지 주민의회 데이비드 로켈로 의장은 "사업체가 한인타운에 있어 참석했다"며 어느 쪽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주위를 봐라. 아주 많은 한인들이 이렇게 나와 투표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민의회 투표에 나온 것은 처음 본다"며 지지 의사를 에둘러 밝혔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히스패닉 레이널 세라노는 "한인타운에 집이 있다. 방글라데시로 묶일 경우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 한인타운이 방글라데시타운보다 더 괜찮은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방글라 측 "갈등 조장 아냐"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는 투표장 길 건너에 안내부스를 설치했다.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회원인 파셀라 멤바이는 "우리는 한인타운을 둘로 쪼개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취지는 한인타운에 두 개의 주민의회를 만들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와 투표에 참여한 사이드 칸(30대)은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이제 4만5000여명이 LA에 살고 있다"며 "이곳이 원래 한인들의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한인가게에서 일하며 한인타운의 성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일·황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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