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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아래 펼쳐지는 만년설 준봉…잭슨홀 트램

1만 455피트 정상까지 10분
그랜드 티턴 파노라마 압권

천변만화, 우주의 얼개가 신묘하기만 하다. 조금 전만 해도 꿀을 다투느라 벌나비 잉잉대던 초여름의 날씨였는데, 콩알 같은 우박이 쏟아 지다니….

물론, 10여 분만에 고도를 수직으로 4000여 피트 올렸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서둘러 정상 안부에 자리잡은 캐빈으로 내달렸다. 따뜻한 온기에 묻어있는 커피향이 감미롭다. 커피 뿐이랴. 입안 가득 행복감을 안겨주는 와플까지. 비로소 창밖을 내다본다. 커피 한잔에 와플 한입 즐기는 사이에 하늘은 청명함을 드러낸다.

여기는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랑데뷰 마운틴의 정상, 1만455피트(3187미터)에서 둘러보는 파노라마가 장쾌하다. 구불구불 뱀처럼 흘러가는 스네이크 강 건너로 하얀 눈고깔을 쓴 준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그 아래 들판에 국립 엘크 보호구역이 자리하고 있다.

눈쌓인 계단을 돌아서 정상에 이르니, 왼쪽 멀리 티턴 산맥의 최고봉 그랜드 티턴(1만3775피트ㆍ4199미터)이 자꾸만 지나는 구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뒤쪽으로는 스피어헤드(창끝)봉을 위시해서 하우스탑 등 고봉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트램을 타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호사를 누리겠는가. 매끈한 미니버스처럼 생긴 새빨간 트램의 탑승정원이 무려 100명, 1966년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지난 2008년 현재의 트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겨울에는 스키어들을, 이외의 계절엔 관광객들을 정상으로 이끈다. 골프장을 따라 자리잡은 동네가 앙증맞게 보일 만큼 금세 멀어진다.



티턴 산맥은 미국에서는 '젊은 산지'에 속하는 로키산맥의 한 맥으로 분류되는데, 보든 산봉이 1만2000피트가 넘는 위세가 돋보이는 곳이다.

영화 셰인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곳으로 192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공원내부를 지나 옐로스톤 공원으로 들어간다. 이 공원의 넓이는 485스퀘어마일로 옐로스톤에 비하면 7분의 1밖에 안되지만 높은 산과 맑은 호수, 그리고 넓은 목장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스위스의 알프스산과 비교될 만큼 아름답고 화려해 매년 수백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특히 가을철의 애스펀(백양나무) 단풍은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하다.

해발 1만3770피트에 달하는 그랜드티턴의 산정은 코스가 험준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빙하에서 시작됐을 호수가 산자락 여기저기를 꾸미고 있다. 가장 큰 잭슨 호수부터 리, 제니, 펠프스 호수가 산맥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

그랜드 티턴의 남쪽 어귀에 자리한 잭슨홀(Jackson Hole)은 옐로스톤과 그랜드 티턴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곳, 명사들의 별장이 많은 와이오밍주의 대표 휴양지다. 겨울엔 스키 천국으로 변한다. 지명에 구멍(hole)이 붙은 것은 험준한 산을 거쳐 이곳에 들어온 사냥꾼들이 계곡의 가파른 경사 때문에 구덩이에 푹 빠진 듯한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잭슨홀은 여름에 더 들썩인다. 8월이면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석학 150여명이 이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호수 주변에서 갖는 '잭슨홀 미팅'의 공식 명칭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지방은행이 주최하지만 연방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수 있기에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다. 최정예 멤버만 모이는데다 원활한 토론을 위해 초청 기자도 10여명으로 제한된다. 그만큼 논의가 깊숙해서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잭슨홀 컨센서스'를 더 중시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끄러미 발 아래를 응시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오렌지색 패러글라이더가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로 솟구친다. 자세히 보니, 하나가 아니다. 이미 멀리 아래 티턴 빌리지 개활지에 내려 앉는 글라이더도 있다. 내발로 딛고 바라보는 경치도 벅찬데, 하늘에서 자유롭게 바라보는 기분은 오죽할까 싶다.

그런데, 여름의 오만함이 성성한 겨울기운을 이길수가 없나 보다. 정상의 온도는 화씨 42도, 아래와는 35도 차이. 게다가 바람까지 부니 체감온도는 말해 무엇하랴. 서둘러 여름으로 내려간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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