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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제 대통령 이면의 스캔들

클린턴 박물관 (Clinton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

이민 수속 중이던 1992년에 LA폭동이 일어났다. CNN뉴스 화면에 비친 불타는 LA와 한인상점을 약탈하는 흑인과 히스패닉들, 백인 트럭운전사를 차에서 끌어내려 죽을 만큼 구타하던 흑인들. 모든게 지옥처럼 보였다.

전쟁터 같은 무법천지에서 가족을 보호하며 살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잠시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취업이민 미국행을 강행했다.

우리 식구는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된 1993년에 미국에 발을 내디뎠다. 그 당시 미국 경제는 화창한 LA 날씨와는 반대였다. 집값은 폭락해 있었고 장사가 시원치 않은 한인들은 집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 빌 클린턴은 최저 실업률, 20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정부를 흑자로 돌려놓는 등 눈부신 경제성과를 일궈냈다.

클린턴은 성공적인 재임기간을 지냈지만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켰다.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재임 때부터 12년간 혼외정사를 했다는 제니퍼 플라워스, 주지사 시절 호텔에서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폭로한 폴라 존스, 학창시절부터 성관계를 가졌던 아칸소 변호사 카일 브라우닝, 백악관 비서 출신으로 성적 구애를 받았던 캐슬린 윌리, 1982년 미스 아메리카 엘리자베스 워드 등과 염문을 뿌렸다.



특히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은 클린턴을 탄핵 일보직전까지 몰고갔다. 르윈스키는 클린턴과의 관계와 위증사실을 동료직원 린다 트립에게 고백했다. 린다 트립은 클린턴의 부동산 사기사건 관련설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에게 대화록을 전달했다. 케네스 스타 검사는 1998년 9월11일 클린턴 성추문 조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클린턴을 발가벗긴 성추문 조사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445페이지 보고서는 95년말부터 97년 중반까지 백악관 집무실 서재나 욕실, 복도 등에서 10차례 이상의 신체적 접촉과 12차례의 성적인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성적인'이라는 형용사가 460번 사용됐다. 전세계인을 당황하게 만든 시가(담배)는 23번이나 나왔고 사랑이라는 말은 18번 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당시의 보도가 적나라하고 충격적이어서 애들이 TV를 볼까봐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난다. 클린턴은 1998년 8월 19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99년 2월 12일 탄핵동의안이 부결돼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요즘 전 세계는 성적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한창이다. 할리우드 제작자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영화계에서 시작된 폭로는 정계, 경제계, 언론계, 스포츠계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2016년 대선 당시 성인 영화배우 겸 감독인 제시카 드레이크, 요가 강사인 카레나 버지니아, 사진작가인 크리스틴 앤더슨 등 11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로이 무어 앨라배마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의 성추행 사건은 미국의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상대 성적학대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놀랍다. 아칸소주 리틀록은 클린턴의 고향이다. 이 곳에 있는 클린턴 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에는 온통 클린턴 재임 시 치적으로 장식돼 있었다.

미국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의 백악관 집무실을 재현해 놓은 방을 관람했다. 만약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더라면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부도적 행태와 성희롱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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