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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언어의 집

정명숙(시인·롱아일랜드)

내가 시간을 통과하는지

시간이 나를 통과하는지

죽은 다음에야 비워지는 육체

이제야 시간의 위독함을 안다





이번 생 내내 불편해서

빛이 되었다

너무나 먼 길에 와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불꽃

두꺼운 고집

단단한 상투

견디기 힘든 불구를

허공에 쌓아두었다



홀로 뜨겁게 살다가

햇볕에 그을리고

바람에 퇴적된

뻔뻔함이 폭삭 사그라지고

하얀 재로 땅 속에 스며들자

이제 허공을 더듬는다



뿌리에 숨겨진 섬광

견뎌낸 시간을

아프지만 언어로 꺼내고 싶다

순도 높은 시간을 모아

언어의 집을 지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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