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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천장에 숨겨둔 필름이 광주를 알렸다"

'5.18산 증인' 나경택 전 기자 인터뷰

영화 '택시운전사' 실제 모델
군 발포 명령 실제 듣고 취재
열흘동안 참상 카메라에 담아
"광주 항쟁은 인간다울 권리"


큰 눈의 노신사가 5월 18일 LA 중앙일보를 찾았다. 38년 전 그날의 광주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던 그는 이날도 어깨에 작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왔다.

인터뷰 주인공은 천만 관객 영화 '택시운전사' 속 등장 인물인 최기자(박혁권 분)의 모델 나경택(69.사진) 전 전남매일신문 사진기자다. 민간인으로 유일하게 군의 발포 명령을 들은 역사의 증인이자 열흘간 광주에서 벌어진 참상을 필름에 가장 많이 담은 열혈기자다. 연합뉴스 광주전남지사장을 마지막으로 40여 년간 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방방곡곡을 돌며 사진전을 하고 있다. 5.18기념재단LA는 그를 한국 파견 특별강사 자격으로 초청했다.

-군의 발포 명령을 어떻게 들었나.

"결혼을 해 딸이 아장아장 걸을 때였다. 나도 겁이 났다. 내가 왜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다. 21일 새벽 광주 금남로에 시체 두 구가 손수레에서 발견된 후 시민들이 극도로 흥분했다. 나는 전일빌딩에서 사진을 찍고 건물을 나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공수부대가 있는 곳이었다. 점퍼에는 카메라 두 대가 있었다. 군인은 나를 정보 형사로 생각한 것 같았다. 12시 40분쯤 잘 생기고 덩치 큰 대위가 부하에게 발포 명령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10분 뒤쯤 통신병이 발포 명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참상이 벌어졌다."

-5.18 이후 삶은 어땠나.

"광주 기자들 대부분이 사건에 대해 신문에 단 한 줄 사진 한 장 싣지 못했다. 자괴감에 빠졌다.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20일자 신문 검열 거부를 결의했다. 본 대로 썼다. 하지만 간부들이 조판대를 걷어 치워 버렸다. 단체로 사직서를 쓰기도 했다. 6월 강원도에서 열리는 소년체전에서는 타 지역 기자들이 광주 기자를 욕했다."

-사진은 어떻게 빛을 봤나.

"5.18 직후 보안대 중령이 지프차를 타고 집을 찾아왔다. 그는 전두환에게 광주 실정에 대해 보고할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사진이 없다고 버티다간 모조리 수색당해 빼앗길 것 같았다. 중요한 필름은 집 천장에 숨겨두고 나머지 자료로 현상해 넘겼다. 사진을 현상할 때도 군인이 감시했다. 혹시 몰라 친구에게 여러 현상본을 맡겼다. 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 때 노무현 이해찬 의원이 들고 나왔다."

-해외 한인들은 광주를 어떻게 기억하나.

"지난해 4월 독일 포츠담 등에서 사진전을 했다. 파독 간호사 광부들이 많이 찾아왔다. 66년에 독일로 이주한 할머니는 5.18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광주가 고향이냐고 물으니 경상도 상주라 했다. 독일에 광주의 참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동포들은 몇 시간 차를 타고 와 광주의 이야기를 들었다. 뒤풀이 자리에서는 한복을 입고 옛 노래를 불렀다."

-광주 항쟁이 왜 중요한가.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역사는 잊으면 되풀이된다. 광주항쟁을 기억해야 국가에 의한 폭력을 피할 수 있다."

나경택 전 기자의 사진전은 특별 강연회와 함께 17일과 18일까지 한국교육원 강당에서 열렸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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