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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교수 뇌사…강도 용의자 체포

생전에 존엄사 유언 남겨
연명치료장치 제거 검토
"정치·철학 분야에 큰 업적"

지난 13일 강도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던 김영근(87) 뉴욕시립대(CUNY) 리먼칼리지 정치학 교수가 뇌사 판정을 받은 가운데 범인이 사건 발생 사흘 만에 검거됐다.

17일 뉴욕시경은 전날 오후 10시쯤 맨해튼 웨스트 90스트리트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매튜 리(50.사진)를 김 교수 폭행 및 강도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리는 범행을 저지른 씨티뱅크에서 6블록 정도 떨어진 자신의 집에 숨어 있다가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리는 지난 1984년과 2004년 두 차례 폭행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으나 강도 등 중범죄 전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는 김 교수를 무차별 폭행하고 돈을 강탈해간 혐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데일리뉴스가 보도했다. 맨해튼 검찰로 송치된 리는 폭행 및 강도 혐의가 적용됐으나 김 교수가 사망할 경우 살인 혐의로 격상될 전망이다.

한편 김 교수의 지인들에 따르면 김 교수의 아들 김진수씨는 아버지가 남긴 '사망 선택 유언(Living Will)'에 따라 산소호흡기 등 연명치료장치 제거 시점을 고려 중이다. '사망 선택 유언'은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의 위독한 상태가 됐을 때 존엄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을 밝히는 유언이다.

마운트사이나이 병원 담당 의료진도 뇌사 판정을 내리고 가족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결정은 한국에 있는 가족이 뉴욕이 도착하는 대로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가 휴직 중인 CUNY 리먼칼리지는 성명을 내고 "김 교수의 소식에 대학 커뮤니티 전체가 슬퍼하고 있다"며 "최근 교수직 50년을 축하하는 행사도 했다. 김 교수의 상태가 속히 호전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와 30년 지기인 김영덕 박사(미주한국어재단 회장)도 "정치.철학 분야에서 김 교수의 명성은 그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며 "한국 정계에서도 영입을 시도했을 만큼 한국과 미국의 정치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분이었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18세기 독일 정치 철학에 근간한 서양 정치학 연구와 고대 중국 철학 및 현대 한국 사회정치학 등의 연구로 명성을 떨쳤다. 저서로는 '유교와 근대화(1993)' '한국사회(1993)' '헤이글의 비판적 중국철학(1978)' 등이 있다.


최수진 기자 choi.soojin1@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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