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주둔해야…철수 주장한 적 없다"
뉴욕 방문한 문정인 특보
보수 측 비판 대비하자는 취지
"한국 언론이 곡해했다" 해명
"북한 태도 변화 중 지켜보자"
문 특보는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초청으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성과 설명회'를 마친 뒤 '주한미군 철수'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해명했다.
그는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평화협정 이후에도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과 우리의 국내적·정치적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힘들 것(It will be difficult to justify their continuing presence in South Korea after its adoption)"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을 뿐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한적은 없다는 해명이다. 본인의 생각을 언론이 곡해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북한과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하면 자연히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한국 보수 진영에서 상당히 비판적으로 볼 텐데 이런 것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시 논란이 걷잡을 수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단언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지난 2일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간담회에 오기 전 면담한 헨리 키신저 박사와 대화를 인용하며 "'평화조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대한민국이 원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내의 합의가 중요하다'라는 말씀을 하더라"고 전했다.
문 특보는 지금까지 성사된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이번 정상회담이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는 평양 방문 후 돌아온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성과를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남북 정상이 함께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시작됐음을 선포하면서 '평화 의지'를 보다 강하게 표출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또 지금까지는 경제협력·이산가족 상봉 등 비교적 실천이 쉬운 문제부터 합의하는 접근법을 취했으나, 이번에는 비핵화나 적대적 군사행위 중단 등 합의가 쉽지 않은 의제를 먼저 다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정상회담 이후 합의사항 실천과 관련해 북한의 구체적 움직임이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며 "과거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모두 협상의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 변화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핵무기로 주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 도중 단 한 번도 한미동맹·주한미군·합동훈련 등을 거론하지 않을 정도로 실용적 사고를 하고 있다"며 "핵무기 보유를 '고통'이라고 처음으로 언급할 정도로 군사·경제의 병진노선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북한을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과거 북한의 행동이 현재를 가늠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고 싶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단 믿고 검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재우 특파원·박기수 뉴욕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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