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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평화가 한반도에 꽃피는 날

김칫국부터 마시고 싶다

평화와 화해를 간절히 외친 곳은 서로 총과 칼을 겨누고 피를 흘렸던 전쟁의 자리였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서로 얼마나 많은 정치적 계산이 필요하고, 경제적 득실을 따져야 했을지를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근거린다. 앞으로 나아가지만 무게 중심은 뒤에도 두어야 하니 평화라는 길은 여전히 일보 일보마다 살얼음판처럼 보인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평화를 위해 내딛는 발걸음은 감동을 준다. 그 발걸음이 걸어온 길이 골짜기와 산등성이며 돌밭이라면, 볼수록 더 깊은 감동을 준다. 남도 아닌 한 민족이 서로 바짝 붙어살면서도 오가기는커녕 총을 서로 겨누고 있는 처연함을 생각하면 이 걸음은 가슴이 떨리는 일이다. 통일도 아주 먼 것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고향을 떠나온 이들에게는 설렘이다.

이제 겨우 일보 내디뎠다고들 말한다. 어떤 이는 열 걸음을 나아가고 아홉 걸음을 돌이키더라도 이 일보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도 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이렇게 절실하다.



일방적인 전쟁의 자리였다. 피가 흘렀고 고통과 신음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평화와 화해가 간절히 흘러나왔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해와 달과 별들의 운행을 계산하고, 만물을 붙잡고 계신 아버지는 이 순간 계산을 하지 않으셨다. 우리를 향해 나아오셨고 아무것도 뒤에 남기지 않으셨다. 아버지를 떠나 집을 나가버린 자녀의 눈물과 고통을 십자가 위에서 자신에게 부으셨다. 그리고 죽음의 자리에서 평화를 이루어내셨다.

성큼 무한한 일보를 내딛으셨다. 돌이키지 않는 영원히 절절하신 한 걸음이었다.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절실하셨다. 정의는 만족했으며 평화는 춤을 추었다.

평화를 위한 회담을 보며, 용서와 화해의 길은 여전히 가깝지 않다는 것도 배운다. 서로 총과 칼을 겨누었기에 너무나 깊은 상처와 아픔이 남아있다. 남과 북의 고통의 눈물은 어디서 사죄와 용서가 이루어질 것인가. 정의의 실현은 어렵다.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으로 어려운 길이겠지만, 일방적 죽음 속에서 사랑으로 정의를 만족시키신 하나님의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민족과 민족 그리고 원수와 원수 심지어 죽음과 생명까지도 화해하게 하신 그 사랑만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도 마시고 싶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에게 실망이란 선택은 없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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