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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꽃멀미로 어질어질한 농익은 봄의 끝머리이다.

산수유, 목련에 이어 라일락, 개나리가 다투어 꽃을 피우더니, 마침내 진달래꽃과 벚꽃이 화들짝 피었다. 이즈음 한반도 남녘에선 능금꽃이 한창이다.

"꽃은 피고 인자 우에 사꼬/ 문을 열면 능금밭 가득 능금꽃이 아찔하게 피어 있는/ 그 풍경 아득하게 바라보며 비명을 치는 노파/ 어깨 한쪽 맥없이 문설주로 무너진다//"(이중기의 '꽃은 피고 인자~' 중에서)

능금꽃 아찔하게 핀 아뜩한 봄날, 그 마음 어디쯤이 그리도 아려 저다지 한숨 지며 무너져 내리는가.

잠자리 날갯짓 같은 실바람에도, 수천수만 송이 꽃보라가 이는 눈부신 몽환을, 혼자 우두커니 감당할 수 없는 노파의 가슴에, 그 벅찬 풍경은 차라리 슬픔으로 차오른다. 아름다움도 극치에 이르면 슬픔으로 치환되는 모양이다.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던 시절도,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듯, 그렇게 봄날은 가더라.

"봄은 오고 지랄이야, 꽃비는 오고 지랄/ 십리 벚(꽃)길 환장해도 떠날 것들 떠나더라"(정태춘의 노래 '섬진강 박시인' 중에서)

지는 꽃이 서럽고 두려워 지레 부린 몽니일가.

노파는 후다닥 피었다가 나 몰라라 가버릴 만발한 꽃의 야속함과 덧없음을 알기에, 홀로 남을 허허한 외로움을, 그 '꽃앓이'를, 또한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인이 꽃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에만 취하지 않고, 꽃이 피고 지는 모습에서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까지를 엿본 것은, 무상의 진리를 터득한 혜안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무상은 변한다는 의미이다. 인연조건에 의해 형성된 만물은 속절없이 변한다. 모든 것은 변화의 흐름 속에 있기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이 있다면, 만물은 변한다는 진리뿐이다.

변화는 창조적 지향성을 지닌, 무엇으로 '되어짐'이다. 틈 없이 되어가는 '과정'으로서 존재하는 세계는, 콘크리트화한 불변의 명사가 아니라, 동사의 역동적 파동으로 일파만파 퍼져가는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무상은 에너지이다. 무엇으로 되어가는 생명력이기에 삶의 동력이 된다. 무상은 변화가 주는 상실과 소멸, 그에 따른 공허감과 쓸쓸함, 아쉬움과 같은 감정 때문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허무나 '덧없음'과 혼용된다. 그런 의미를 오롯이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전적으로 동치개념은 아니다. 방점은 창조와 진화라는 희망이 담긴 긍정적 개념이라는데 있다.

허무나 덧없음과 달리, 무상을 '찬란한 슬픔'이나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이라 표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무상 속에서 불멸이라 여긴 존재는 필멸이다. 이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소멸은 창조와 진화를 위한 밑절미로 '장렬한 산화'라 해도 되겠다.

나무는 꽃잎을 떨어내야 성숙해지고 종의 존속을 위한 열매를 맺게 되어, 한해를 매조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꽃이 진다고 서러워말 일이다. 봄이 간다고 아쉬워말 일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인 것을.

musagusa@naver.com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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