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긴장·여유…김정은 5천만에 첫선
군사분계선 첫 대면시 과감
의장대 앞선 굳은 표정 역력
평양냉면 언급해 폭소 유도
올해 한반도 정세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철권통치자의 인상으로 각인됐던 그는 이날 때로 대담했고, 때로 긴장된 듯 했으며, 어떤 때는 여유와 유머를 보였다.
이날 오전 북측 판문각에서 나올 때 화면에 비친 김 위원장은 '위엄'을 강조하려는 듯 했다. 족히 10여 명은 되어 보이는 근접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아가며 공식 수행원단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걸어내려왔다.
군사분계선(MDL)상에서 문 대통령과 첫 대면했을때는 '과감'하고 '대담'했다.
MDL 앞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에게 활짝 웃으며 다가온 김 위원장은 MDL을 사이에 두고 1차로 악수를 한 뒤 남측으로 넘어와 다시 악수하며 포즈를 취했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이번 회담이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이 MDL을 넘어온 상황에서 포즈를 취한 것이었다. 두 정상은 북쪽을 보고 북측 취재진에게 먼저 촬영기회를 준 뒤 몸을 돌려 남측 취재진 앞에서 악수했다.
정상적이라면 거기서 첫 포토세션은 끝나야 했지만 김 위원장은 갑자기 문 대통령에게 MDL 북측에서 다시 한번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자고 제안했고, 나란히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다시 한번 악수했다.
남북 정상이 분단의 선을 함께 넘나드는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깜짝 퍼포먼스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되자 지켜보던 남북한 수행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사전에 '시나리오'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동작은 거침없고 자연스러웠다. 화동으로부터 꽃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김 위원장은 화동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고, 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제스추어로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군 의장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군악대의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긴장된 표정으로 레드카펫을 걷던 김 위원장은 판문점 광장에서 의장대 사열을 기다리는 동안 거수경례를 하는 문 대통령 옆에서 굳은 표정으로 부동자세를 취했다. 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남측 군인들 앞에 선 상황을 철저히 의식하는 듯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여유와 유머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면서 "대통령께서 편한 맘으로, 평양냉면, 멀리서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끌어냈다.
일반적으로 주요 회담의 모두발언이 다양한 함의를 담아 미리 구체적으로 짜이는 것을 고려하면 이런 화법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만찬 음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인 표현을 섞어 여유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