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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흙 한줌 가져온 이유는…

빌리 스파크스 전 빌 리차드슨 주지사 비서실장
“북한 땅에서 쓰러진 전우들의 숨결 느끼고 싶다”
뉴멕시코에 살던 한국전 참전용사 부탁 들어주려

미북 관계가 실타래처럼 꼬여 6자회담이 난항을 겪던 2005년 10월, 빌리 스파크스(사진)는 북한 감시관의 눈을 피해 평양의 흙 한 줌을 손에 쥐었다.

그는 지금 데이빗 김 연방하원 예비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2005년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북한 방문 당시 비서실장 자격으로 동행해 평양과 영변 핵시설을 둘러보았다.

리차드슨은 클린턴 행정부의 유엔대사와 에너지 장관을 지냈으며, 북한 방문은 개인 자격이었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외무성과 국방성 고위 관계자들과 6자회담 재개를 논의했다.

스파크스에게는 서울과 평양의 극적인 대조가 인상깊었다. 그는 “북한에서 제일 크다는 도서관이 외관은 으리으리 했지만, 내부에는 김일성이 썼다는 책 수백권과, 책 받침대 같은 흔한 물건들이 김일성의 발명품이랍시고 전시되어 있을 뿐이었다”며 “최고위급 관계자(김영남 추정)의 만남 중에도 정전이 일어나 당혹스러웠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마치 뉴욕처럼 사방에서 터져 나오던 서울의 부산한 에너지와 충격적인 대비를 이뤘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그는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한반도의 긴장완화 분위기를 뉴스로 접하며 평양에서 ‘비밀리’에 수행했던 ‘북한 흙 공수 작전’을 떠올렸다.

뉴멕시코에서 알고 지내던 한국전 참전용사가 “북한 땅에서 쓰러진 전우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며 북한 흙 한 줌을 가져와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던 것이다.

스파크스는 “중공군의 습격에 같은 소대의 전우를 모두 잃고 시체들 사이에서 죽은 척하며 간신히 살아남았던 내 삼촌이 떠올라 반드시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다”며 “뉴멕시코에 돌아와 내가 전해준 한 줌의 흙을 느껴보던 용사의 감동이 내게도 생생히 전해졌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이들의 염원이 이뤄지는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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