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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이'로 산다는 거 쉽지 않아요"

'사내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모의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

모욕·창피 등 자존감 상실될 때
살인과 파괴 등 폭력으로 나타나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근의 플로리다 고교총격사건 직 후에 한 TV방송에서 '왜 학교총격사건은 남학생일까'하는 질문을 또래의 남학생들에게 했다. 이에 대한 대답이 "보이(boy)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It's tough).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여동생은 엄마 아빠 앞에서 울어도 되지만 우리는 참는다. 엄마 아빠가 그걸 원치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자이니까"라는 내용이었다.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카이저병원)와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미국 부모들도 한인과 같이 아들에게 '남성다움'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하는 아들은 부모와 자신에 대한 분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안에서 쌓이게 되고 어떤 상황이 이를 주체못할 폭력성으로 표출된다"며 그들의 정신 상태를 풀이해 주었다.

-미국 부모들이 아들에게 기대하는 '남자다움'이란 어떤 것인가.

"(수잔 정)미국의 서부개척 정신이다. 혼자 할 수 있는 독립심과 정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Boy should be strong). 여기서 '정의'는 자신이 속한 그룹 즉 가족(아내와 자녀)에서 시작해서 소속된 커뮤니티 교회 사회 나아가 국가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이 주체성과 무엇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모험심(challenge개척정신)인데 이것은 딸들에게도(모든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이지만 특히 미국에서 부모가 아들에게 더 많이 기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아들들이 그러한 힘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잘 소화하여 성장하면 훌륭한 성인이 되겠지만 그러한 힘(체질적 심리적 환경적으로)이 없는 아이는 부모 기대치를 이루지 못하는 자신과 또 그것을 계속 강요하는 부모에게 화(분노)가 나게 되고 심리적인 상태는 'I'm not ok' 즉 '나는 바보야 쓸모없어'하며 편치가 않다. 이때 뭔가 결정적으로(주로 상실감) 쌓여있는 분노(anger)를 건드리는 계시를 맞으면 비정상적인 정신상태가 되어 큰 폭력성으로 무차별 총격처럼 무절제하게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부모 탓인가.

"(조만철)100%는 아니고 30% 정도 된다. 개인적인 체질 조건(신체적30%)과 심리적 조건(30%)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여기서 환경적 조건에 속한다. 같은 부모라도 형제가 다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체질적 조건은 무엇인가.

"(정)호르몬과 두뇌 발달과 같은 신체적 조건을 말한다. 보이들은 13살 정도 되면 남성호르몬(수컷호르몬이라고도 함)과 성장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진다. 그리고 감정뇌(모든 포유동물이 갖고 있는)가 가장 활발한 때이다. 그러나 동물적인 감정을 조절해주는 두뇌의 이성을 조절하는 전두엽은 16세가 되어서야 '남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하고 25세~30세가 되어야 완성된다. 따라서 학교총격사건의 남학생들의 상태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인데 남성 호르몬은 많아져 말 그대로 '수컷'처럼 행동할 준비가 갖춰진 셈이다. 이때 부모 특히 아빠의 역할이 필요하다. 넘쳐나는 에너지와 감정을 사회에서 허락하는 건설적인 방법 즉 각종 운동이나 수학경시대회 등으로 발산하도록 해주면 이 아이는 온전하게 성장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 부모(또는 학교 교회 등의 커뮤니티)로부터 그 방법 즉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그대로 '수컷의 폭력성'으로 터져 버린다."

-심리적 조건은 어떤 것인가.

"(조)밖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약한 친구들 앞에서 으쓱거리며 소위 남성을 과시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부모에게 항상 '왜 사내아이가 그 모양이냐?'하며 계속 야단을 맞고 있다. 그래서 겉으로는 큰소리를 내지만 내면의 자존감은 약하다. 자존감이 약한 아이들은 밖에서 누군가 조금만 싫은 말을 해도 모욕으로 '네가 나를 무시했다'고 쉽게 오해하면서 화를 잘 내면서 보복심이 강하다. 집에서 항상 눌려있던 '남자애가 왜 그 모양이냐'하는 부모에 대한 분노를 자기보다 약한 친구들에게 쏟아 부음으로써 자신의 남자다움(영웅심)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부모에게 품은 분노를 다른 대상을 찾아 풀어 버리는 '감정이입'이다."

"(정)부모에게 야단맞으면 엉뚱하게 동생을 마구 때리는 형이 한 예이다."

-총으로 쏘아 죽이겠다고 말해서 상담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실제로 많나.

"(정)(조)지난 주에도 학교에서 '다 총으로 죽이겠다'고 말해서 우리에게 온 백인가정의 17세 남학생을 상담했다. 학교에서는 '총으로 죽이겠다'는 말을 한 학생은 즉시 경찰을 불러 그대로 병원으로 보내 입원시킨다. 정신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나서 부모에게 알린다. 그 전에는 부모에게 먼저 알려 병원에 가도록 했는데 부모들이 이를 잘 수행하지 않아 이처럼 무조건 먼저 아이를 병원으로 보낸다."

-이같은 아이들은 어떻게 치료하나.

"(정)아이가 다 쏘아 죽이겠다는 말을 할 때에는 마음에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노의 원인을 찾는다. 인간은 가장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분노심을 가장 많이 갖는다. 상관없으면 미움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와 가장 가까운 부모를 비롯해 형제 친구 걸프렌드 등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품고 있는 분노심과 적개심 보복심리 등을 찾아내는 것이 치료의 과정이다. 그러나 대부분 분노가 있는 아이들은 우울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 항우울제 등의 처방약도 병행한다."

-학교 총격을 일으키는 아이들은 대부분 우울증을 가졌나.

"(조)모두 그렇다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여기서 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이 아이들의 우울증은 어른들과 다른 양상이란 점이다. 어른과 반대로 잘 먹고 잘 자고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도 많아서 '우리 아이는 잘 살고 있다'고 속기 쉽다."

"(정)그래서 아이들의 우울증을 '복면을 쓴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도 한다. 겉으로 봐서 우울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잘 보면 '지루하다(bored)'는 말을 자주 한다. 매사에 흥미를 잃고 있는데 이것이 안으로 들어가면 '분노'가 되고 밖으로 표출되면 '폭력성'을 띤다. 아이의 우울증세는 이처럼 '분노'와 '폭력'으로 나타난다. 툭하면 화를 잘 내고 물건을 내던지고 동생을 때리는 행동을 할 때에는 일단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학교총기 사건의 예방책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정)(조)계속 학교총기사고는 일어날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 정신과에서는 아이가 퇴원할 때 부모에게 반드시 집에(혹은 주변에) 총기를 소지하는지 확인한다. 미국에서 살인의 40%는 총기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감정조절이 불안정한 '수컷'의 아이들에게 총기는 가장 손쉽게 '남자다움'을 과시하면서 쌓인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10대 아들에게는 수컷 에너지를 적절하게 승화시키는 것을 가르쳐 줄 부모 특히 아빠가 필요하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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