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담판
어느 80대의 일기장 (78)
* "너 어찌 왔느냐? 긴히 말할 것이 무엇이냐?"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이제 80이 넘은 나이, 하나님께서 조만간 부르실 것 같은데, '그 때'가 언젠지 정확한 날짜를 알고 싶습니다.
* "그 건 나도 모르겠구나. 네 신체의 변화, 의학적인 대응 조치, 주변 여건의 변화, 변수가 너무 많아 '그 때'가 계속 바뀌니 난들 알 수가 없구나."
-그런데 하나님은 왜 유한한 생명을 창조 하시면서 인간 본성엔 '오래 살고픈' 영생을 염원하는 본능을 심어 놓으셨나요?
* "내가 한 일이 아니란다. 너희 첫 조상이 선악과를 따 먹은 후 이성(理性)에 눈을 뜨게 된 것이 원죄란다."
-삶의 끝자락, 죽어가는 과정, 곧 하나님 곁으로 가는 길을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가시밭길로 만드셨나요? 보다 편안하게 즐거이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사는 동안 지은 많은 죄의 죄 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말 할 수 밖엔 없겠구나."
-죽는 것도 서러운데 그 죽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괴롭고 너무나 끔찍합니다. 비극적, 너무나 비극적 입니다.
* "모든 생명체의 종말이 다 그렇단다. 인간은 자의식이 너무 강해 그 것에 과잉 반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하나님 곁으로 가는 것은 "언제라도 좋다"고 이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묘안이 없을까요?
* "왜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느냐? 죽음을 아예 잊어버리고 살아라. '그 때'가 되면 내가 부를테니…."
-하루가 멀다 하고 부고(訃告)가 들려오고…주변에서 한 사람 두 사람 가고…이렇게 죽음을 줄 창 듣고 보면서 어떻게 (나의) 죽음을 생각치 않을 수가 있습니까?
* "그래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면서 얻은 것이 무엇이더냐? 아마 아무 결론도 없을 거다. 그렇게 결론도 안 나는 문제를 갖고 씨름하느니 그 시간 그 정력을 삶을 충실히 하는데 바치는 것이 현명할 거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죽음은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있던 영혼이 그 감옥을 벗어나는 '이벤트(event)'라는데, 우리가 살아있을 때 그 영혼은 어떤 작용을 하며, 육신을 떠난 후엔 어디로 가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요?
* "너가 살아있을 때, 즉 영혼이 네 몸 안에 있을 때는 영혼이 무엇이냐, 무슨 기능을 하느냐, 아무리 설명해도 너의 그 알량한 이성(理性)으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거다."
-인간이 죽은 후엔 한 줌의 흙/재가 되는 것을 잘 보고 있습니다. '저 것이 다냐?' 너무나 허무합니다. '것'을 넘어 '무엇(?)'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무엇'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 하게 되고 공포심을 갖게 됩니다. 죽은 후에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그 날' 까지 다리를 쭉 펴고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Quote] "늙는다는 것은 매혹적인 일이다. 우리는 늙으면 늙을수록 더 늙기를 원하게 되니까(Getting old is fascinating thing. The older you get, the older you want to get)."-에머슨 (R.W.Em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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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만(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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