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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달라진 복음주의 "여전히 복음주의입니까?"

스펙트럼 넓은 '복음주의' 용어
월간 '디 애틀랜틱' 분석 보도
요즘 시대 복음주의 역할과 의미
정치적 맥락 속에 부정적 의미로
복음주의가 가진 다양성 모호해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 필요


본래 '복음주의(evangelical)'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그만큼 용어의 해석은 각기 다르다. 오늘날 난해한 그 의미는 어떻게 재정의 되고 있을까.

월간 잡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은 3월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내에서 복음주의라는 용어가 어떤식으로 이해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Still Evangelical?(여전히 복음주의인가?)"



최근 발간된 한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은 요즘 미국 기독교 곳곳에 던져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복음주의권'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프린스턴 대학의 한 기독교 동호회는 모임 명칭에서 '복음주의'란 용어를 뺐다. 이 단어가 갈수록 혼란스럽고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오늘날 '복음주의'가 부정적 뉘앙스를 함의하는 용어가 되고 있다는 것일테다.

트럼프 시대가 열리면서 복음주의는 '보수 기독교'와 '우익 종교'라는 사이에서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는 복음주의가 정치적 맥락을 통해 이해되면서 백인 주류 집단을 대변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복음주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자칭 복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기독교 그룹과 구분 또는 분리되고 싶어한다.

이들은 기독교내에서 때론 진보적인 아이디어도 낼 수 있다. 심지어 복음주의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목회자들도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기본적 가치는 보수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트럼프를 지지하진 않는다. 오히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이들은 현 시대에서 사실상 기독교의 변두리 집단이 됐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복음주의내 변두리 집단이 던지는 질문과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그들의 주장에는 복음주의의 다양성이 수반돼 있다. 언론을 통해 획일적으로 보도되는 기독교의 모습과 달리 더 넒은 범위의 가치와 깊이가 담겨있어서다. 거기엔 복음주의가 미래에 나가야할 방향도 제시된다.

그들이 "여전히 복음주의인가"라고 던지는 질문에는 오늘날 교회와 종교 집단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도 담겨있다. 쉽게 말해 현재 상태의 기독교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질문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 복음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반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변두리 집단의 공통된 주장은 미국의 진정한 복음주의가 만약 혼돈의 트럼프 시대 속에서 살아 남는다면 결국 그 힘은 "여전히 복음주의(still evangelical)"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 시대를 변화를 위한 시련의 시기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단 복음주의는 규정하기가 난해하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단 한줄의 질문(당신은 거듭난 혹은 복음주의자라고 생각하는가)으로 복음주의자 여부를 판단하지만 이는 복음주의가 갖고 있는 특수성과 폭넓은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복음주의는 신학자, 통계, 정치, 언론 등을 통해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규정돼왔다. 본래 복음주의권 교회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중앙으로부터 분산됐고 특정 명칭으로 불리기를 주저했다. 이는 1980년대 유명 기독교 지도자들이 각종 미디어가 복음주의를 마음대로 분류하고 정의하는 행위를 방치한 탓이기도 하다.

기독교 운동가 셰인 클레어본은 "그동안 복음주의는 하나의 거대한 그룹으로 인식됐고 백인 문화에 의해 점령 당한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복음주의는 백인 뿐 아니라 흑인, 라티노, 아시안, 인디언을 비롯한 남녀노소 등 각기 다른 구성원들이 폭넓게 담겨있는데 언론은 이런 요소들을 계속해서 무시해왔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내 복음주의자는 약 62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는 신학, 인종, 정치 등 다양한 가치를 통해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은 트럼프 시대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적 환경을 통해 갈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복음주의 교회들은 아예 정치 이슈 자체를 외면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교회내에서 지나친 정치적 논쟁이 발생하는 것을 아예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카렌 스월로우 프라이어 교수(리버티 대학)는 "그동안 복음주의자들은 낙태, 교육 개혁, 성경적 결혼관 이슈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근래 복음주의자들과 트럼프에 대한 논쟁을 보면 이들이 과거를 망각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시대가 도래한 이후 백인 교회와 이민자 교회의 입장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차오 로메로 교수(UCLA)는 "(트럼프 당선으로) 기독교내 히스패닉계가 느끼는 분노는 너무나 크며 이러한 박탈감과 고통을 보고도 복음주의 교회들의 무감각한 언행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며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한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승리의 기분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음주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미국에서 백인 중심의 기독교가 지고, 다인종 교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이미 미국내에선 히스패닉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종교 자체에 무관심한 백인은 많아지고 있다. 범위를 넓히면 기독교 신자는 북미나 유럽 대신 제3세계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복음주의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복음주의의 정체성, 정치 참여 운동, 자기 성찰 등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시도하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현 시대의 상황은 복음주의자에게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여전히 복음주의인가?"라는 질문과 "여전히 복음주의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한 끝 차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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