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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2017 한국의 와인 동향<상>

미국에서는 매일, 모든 사람이 와인을 마신다는 광고 문구가 있을 정도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많다. 미국뿐 아니라 요즘 한국에서도 와인 애호가들이 증가하고 있고 와인 동호회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소몰리에 자격시험에 사람들이 몰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와인 종주국은 물론 신세계 와인으로 유명한 멀리 호주에까지 한국인 와이너리 관광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와인 시장은 어떻게 돌아갈까. 1년에 어느 정도의 와인이 팔리고, 어느 나라의 와인이 많이 수입될까.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와인 동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무려 627억 달러, 한화 70조원에 달하는 와인이 팔렸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와인의 양은 미국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미 농무부의 한국 와인 시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와인 수입액은 2억1000만 달러, 약 220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미국의 300분의 1에 불과하다. 인구가 약 6배 정도 차이나는 것을 감안해도 5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액은 10%나 증가했다. 2014년에서 2016년까지 3년간 매년 평균 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2배나 폭증한 것이다. 반면 수입량은 3600만리터로 전년보다 3% 감소했다. 이는 와인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와인 수입량은 2015년 정점을 이룬 뒤 2016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이는 한국의 와인 소비가 예전보다 좀 더 고급화되고 한국 사람들이 좋은 와인을 찾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는 어떤 종류의 와인이 가장 많이 팔릴까. 지난해 와인 종류별 수입량을 살펴보면 레드 와인이 61%를 차지했으며, 놀랍게도 스파클링 와인이 20%를 점유, 화이트 와인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예전에는 레드 와인의 비중이 더욱 높았지만,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자리를 스파클링 와인이 빠르게 메꿔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레드 와인은 약간 강해서 육고기류와 잘 어울리고, 화이트 와인은 생선, 즉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독한 술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약간 풍부하게 느껴지는 레드 와인이 제격이고, 조금은 연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 여성들을 중심으로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 재미난 것은 한국의 와인 수입이 각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류에 대한 수입관세는 15%이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주류를 수입할 경우 바로 이 15%가 면제된다. 즉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관세가 면제되는 국가는 가격 경쟁력이 다른 나라보다 15%나 높다. 한국은 주요 와인 수입국 중 칠레와 2004년 4월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2011년 7월 유럽연합과, 2012년 3월 미국과, 2014년 12월 호주와 FTA를 체결함에 따라 이들 국가 와인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됐다. 2010년 정도까지는 자연스럽게 칠레가 강세였고, 그 다음부터는 FTA가 체결될 때마다 와인수출국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한국이 지난해 와인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와인의 종주국 프랑스로 집계됐다. 프랑스 와인은 6900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2016년보다 14% 증가하면서 전체 수입액의 33%를 차지했다. 정확히 3분의 1인 것이다. 프랑스 와인은 2008년에는 수입액의 40%를 차지, 독보적 1위였으나 2010년 32%로 줄어들고 2014년과 2015년에는 30%까지 감소했다. 그러다 2016년 31%로 늘어난 뒤 지난해 33%로 상승한 것이다.

와인 수입액 2위는 칠레였다. 칠레는 41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0%를 차지했지만 전년보다는 오히려 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칠레는 2004년 한국과 일찌감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무관세 적용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1년 유럽연합, 2012년 미국과 FTA가 체결되면서 어드밴티지를 잃고 말았다. 3위는 이탈리아로 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하며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최근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이탈리아 와인은 한국에서의 이탈리아 음식의 인기와 정비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자동뻥'으로 와인도 잘 나가는 것이다.

그 다음 4위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2500만 달러어치를 수출, 14%의 증가를 기록하며 전체의 12%를 점유했다. 미국은 2012년 FTA 체결로 와인 수출의 동력을 확보했지만, 현재는 품질 위주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가격 위주의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의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한국인들이 점점 다양한 와인을 찾음에 따라 뉴질랜드,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인까지 수입되면서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위는 스페인으로 1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 증가에 그쳤다. 반면 수입량은 770만리터로 26% 줄었다. 이는 벌크 와인 수입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2016년 스페인산 벌크 와인이 전체 벌크 와인 수입의 57%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9%로 급락했다. 벌크 와인은 주로 한국 양조회사에서 수입해 병입해서 내다팔거나,블렌딩의 원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술회사들이 스페인보다 더 저렴한 국가로 수입선을 돌린 것이다. 6위는 다크호스 호주였다. 이른바 신세계 와인이다. 지난해 1200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24% 증가했다. 2014년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급증했고 호주달러화의 약세도 호재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뉴질랜드 등은 마이너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 마이너 국가로부터의 수입액은 1700만 달러에 달하며 전년보다 무려 93%, 사실상 2배 정도 폭증했다. 이처럼 한국의 와인 시장은 변화무쌍하게 급변하고 있다.


배문경 / 국제와인전문가(WSET 레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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