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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왜 다퉜나?

성경은 교회가 세상과 달라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150만달러의 건축헌금을 둘러싸고 마리에타에 있는 임마누엘 한인연합감리교회와 이 교회에 출석했던 최우백씨가 벌인 8년간의 ‘세상 법정’ 다툼은 결국 교회측이 대부분의 헌금을 반환하기로 합의해줌으로써 막을 내렸다. 지리하고 소모적인 소송은 끝났지만 애틀랜타 한인교계에 여러가지 상처를 남겼다. 이 소송을 바라본 관계자들과 한인교계의 시선을 종합해 본다.

▶누가 이겼나= 수년 전 임마누엘 교회를 떠난 한 교인은 두 번의 패소와 한 번의 기각 판결에도 굴하지 않고 대형 로펌을 앞세워 소송을 이끌어간 최우백씨에 대해 한마디로 “집요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또 “비록 최씨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세상 법정에서 그토록 오랬동안 헌금 문제를 다퉈온 것은 명백히 성경적 가르침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소송이 장기화 하면서 양측은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 임마누엘 교회는 한때 교인 500여명이 출석하는 중견교회였으나 지금은 수십명 수준의 교세로 쪼그라들었다. 최씨가 지출한 변호비용은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그 분들은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신은 약정된 헌금은 지정된 목적에만 쓰여야 한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법정싸움을 불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 헌금 100달러를 낼 때는 교회에서 당연히 선교지원을 위해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교회가 바로 서야 한다. 헌금과 재정 투명성 부족은 한 교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사건이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소송 과정에서도 건축헌금 본래 목적대로 교회 건축에 헌금을 쓰게 해달라는 일관된 주장을 폈다. 최씨는 자신의 주장대로 땅과 돈을 돌려받은 즉시 자신이 출석하는 크리스탈 한인교회에 건축헌금으로 기부했다. 한 한인 목사는 “결국 교회는 지어지게 됐고, 임마누엘 교회도 빚을 지지 않게 됐으니 윈-윈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냐”면서 자조적인 평가를 내렸다.

▶교단은 왜 소극적이었나= 교회와 최씨와의 소송전에서 미국 내 두번째로 큰 교단인 연합감리교단(UMC)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임마누엘 교회 측은 소송 과정에서 UMC 북부 조지아 연회에 거듭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교회 측 톰 커손 변호사는 “교회의 재산은 교단의 이익을 위해 개교회에 신탁되어 있다는 UMC 신탁 조항에 의거해 교단이 직접 재산권을 주장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최씨도 UMC 북부 조지아 연회로부터 이번 소송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서한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소송을 시작하면서 교단이 개입할 예정이라면 처음부터 피고로 명시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더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UMC 내부의 소식지인 ‘연합감리교회 뉴스서비스’의 2015년 기사에 따르면, UMC는 교단 탈퇴를 결정한 일리노이주의 한 교회를 상대로 재산권 행사 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앞서 펜실베이니아 등 타 지역에서 탈퇴 교회들에 대한 교단의 재산권이 인정된 판례를 근거로 제기됐다.

1797년 제정된 UMC 신탁조항은 개교회의 재산이 교회명의로 부동산 문서에 명시되어 있더라도 교단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에 의하여” 등기되어 있으므로, 재산의 소유권과 그 사용은 제약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과는 달리 150만달러의 교회 재산에 대해 최씨가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교단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에 대해 UMC 북부 조지아 연회 수 하퍼트-존슨 감독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의 대변인은 “본 교단은 약정헌금을 포함해 교회에 맡겨진 자금에 대한 선한 청지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답변만 보내왔다.

이와 관련, 일부 한인 UMC 목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애틀랜타의 중견교회를 담임하는 한 목사는 “UMC 교회들은 건물 모기지도 교단과 결부되어 있다. 만약 교회가 월 페이먼트를 못낼만큼 어려워져도 지원을 안해도 된다는 것인데, 정말 그런건지 교단측에 직접 문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헌금은 계약인가’ 판단 여지 남겨= 이번 소송은 다수의 법조계 저널과 블로그에서도 다뤄질만큼 흥미로운 판례를 남겼다. 법원이 약정 헌금을 일종의 ‘계약’으로 인정할 것인지, 그렇다면 약정 기부를 받은 교회가 ‘약정’을 실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헌금자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소송은 결국 판결 없이, 합의에 의한 소송 취하로 종결됐다. 하지만 “교회가 더 이상 새로운 건물을 지을 필요도, 능력도 없다”는 최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1심 법원의 결정에 대해 조지아 항소법원은 “중요한 정황적 사실이 달라졌을 때는 같은 주장이라도 재변론해볼 필요가 있다”며 파기 환송을 결정해 ‘헌금의 본질이 과연 계약인가’라는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여지를 판례로 남겼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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