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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세컨드 오피니언

졸고 '진맥 세상' 출간을 계기로 건강 강연회를 겸한 출판 사인회를 가졌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책을 몇 권 보여주었다.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로버트 멘델존) '약이 병이 된다'(우타가와 쿠미코) '환자 혁명'(조한경) '불량제약회사'(벤 골드에이커)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마쓰모토 미쓰마사) '유사암으로 요절하는 사람 진짜암이어도 장수하는 사람'(곤도 마코토) '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 마라'(스티븐 시나트라) '알츠하이머의 종말'(데일 브레드슨) 등.

150여 청중들은 눈과 귀를 집중했다. "지금 소개한 책 중에서 한 권이라도 읽은 분 있으면 손 들어 보세요" 두세 명이 손을 들었을 뿐이다. 이어진 서두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금 제가 소개한 책들은 모두 의사들이 쓴 책입니다. 제목이 불온하죠. 실제로 이 책들은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기존 의료 시스템과 치료방식에 문제점을 느끼고 새로운 의료 대안을 제시한 책들입니다. 일종의 양심고백을 담은 책들입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 있고,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읽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일반인들은 의료 분야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데다 의사와 약이 알아서 내 몸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으니 굳이 읽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대체로 바쁘고 배운대로 치료해도 돈벌이에 지장 없으니 다른 의견에 시큰둥합니다. 심지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사들을 '돌팔이' 취급해 왕따시키는 일도 흔하게 일어납니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의료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일반인들에게 전해질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일부 의료계 인사들로부터 눈총도 받지만 글과 강연을 통해 이런 책들을 통해 깨달은 내용들을 부지런히 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메디컬 분야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에서는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2차소견)'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의사들에게는 환자를 다루는 확대된 시야를 갖게 해주기에 필요하고, 환자들에게는 약과 의사에 대한 맹신을 벗고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지혜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메디컬 공부를 제법 한다고 하는 나도 한동안 지방(fat)을 극도로 기피했다. 저지방 식품이 곧 건강식품이고, 지방은 무조건 건강에 안 좋다는 고정관념에 갇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지방의 누명'이란 다큐를 보면서 생각이 흔들렸다. 좋은 지방을 맘껏 섭취하고 탄수화물을 줄여 다이어트도 성공하고 건강을 극적으로 회복한 실례들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저탄고지'(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이는 식이요법)에 관심을 가졌고,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나름대로 확신을 갖게 됐다. 지금은 탄수화물을 거의 안 먹고, 대신 올리브유, 코코넛오일 등을 간식처럼 '맛있게' 먹게 됐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식생활 패턴의 변화다. 세컨드 오피니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을 개선하지 못했을 것이다. 알고 터득하면 바꾸게 된다.

고정관념에 갇혀 세컨드 오피니언을 무시한다면 의사나 환자나 지혜의 확장은 불가능하다.

최상의 의사는 꾸준히 공부를 하며 세컨드 오피니언을 열린 자세로 수용하는 의사다. 그런 의사는 환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교과서 지식 만으로 '내가 최고'라는 태도를 보이는 의사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환자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강 칼럼을 쓰고 강연하는 이유는 하나다. 의료를 공부한 언론인의 입장에서 납득이 갈 만한 '세컨드 오피니언'을 널리 알려 좋은 의사, 현명한 환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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