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형 칼럼] ‘로비’란 무엇인가
‘로비 운동’이 어떤 운동이냐고. 그건 올림픽에서 하는 운동도 아니고, 걸음걷기 같은 운동도 아니다. 대박을 낳는 운동이다. 돈을 많이 버는 운동이라고. 그렇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있는 운동은 아니다. 국회의원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다.로비는 의사당 복도를 말하고, 거기서 서성거리다가 투표하러 가는 의원을 잡고 어떤 법안에 찬성표나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청탁하는 곳이다. 그렇게 로비운동이 시작 되었다. 로비는 법안의 통과나 저지를 위해 하는 운동을 말한다. 로비스트는 직업적으로 로비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단체는 다양하다. 제약회사, 비영리단체, 노동조합 등 누구나 자기네에게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으면 로비스트를 고용할 수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게 국민의 기본 권리라고 본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국민은 정부에 탄원할 권리가 보장돼 있다. 로비운동이 일종의 탄원이라고 본다.
문제는 돈이다. 돈으로 의원들을 구어 삶는데 문제가 있다. 로비스트를 통해 의원들에게 가는 돈이 수백만, 수천만 달러나 된다. 의원으로 당선되자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로비스트의 청을 들어줄 수밖에. 국가대계나 국민의 복지는 2차적인 문제다. 당선이 선결문제다. 돈이 없으면 의원이 되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2012년 현재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자면 평균 1000만 달러 이상 써야 되고, 하원의원에 당선되자면 최소한 160만 달러가 든다.
돈이 있다고 아무나 의원을 찾아가 “여기 10만 달러가 있으니 그 법안에 찬성표를 던져주시요”라고 하진 못한다. 그건 불법이다. 그건 뇌물이 된다. 그러나 뇌물을 합법적으로 주는 방법이 있다. 그게 바로 로비운동이다.
연방의회 의원을 식당에 데리고 가 25달러짜리 점심을 사주면 그건 불법이다. 그러나 의원을 선거자금 모금파티에 데려가 25달러짜리 점심을 사주고 2만5000달러를 건너주는 건 합법이다. 웃기는 일이다.
로비스트가 쓰는 수는 무궁무궁하다. 가장 묘한 수는 선거자금 모금파티도 아니고, 유원지로 모시고 가는 방법도 아니다. 교묘하게 의원을 구어삶는 수가 있다. 물론 합법적인 수단이다. 의원 직을 떠난 후 모 회사에 수백만 달러 연봉으로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수단이다. 이런 현상을 ‘회전문 현상’이라고 한다. 회전문은 동시에 나가고 들어올 수있는 문이다. 의원 직을 떠나는 동시에 로비스트가 된다는 뜻이다.
연방 상원의원 50%가 이직후 로비스트가 되고, 하원의원 42%가 이직후 로비스트가 된다. 이직후 로비스트가 된 의원은 봉급이 평균 1452%나 껑충 뛰어 오른다. 그렇게 돈을 많이 주겠다는데 그 회사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의원은 드물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일예로 민주당 하원의원 딕 겝하트는 이직 후 로비스트가 돼 2010년 한 해에 700만 달러를 벌었다. 공화당 하원의원 빌리 타우진은 이직후 제약회사 로비스트가 돼 2006년과 2010년 사이에 2000만 달러를 벌었다. 대박의 대박이다. 이런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좋아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의원으로 선출하는 미국 유권자들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메디케어는 제약회사와 약값을 흥정할 수없다. 왜 그렇게 됐을까. 제약회사가 돈을 많이 써 로비운동으로 의원들을 구어 삶았기 때문이다. 덕택에 미국 노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을 사먹어야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자본주의다.
민주주의가 공산주의나 제국주의보다 훨씬 더 낫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민주주의에도 폐단이 많다. 돈을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돈이 있어야만 정치인이 되고 지도자가 되는 선거제도가 더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시정해 나가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유권자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