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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비움과 채움의 역설

30년 경력의 중견 가수가 최초로 음원 1위에 올랐다. 이유를 물었더니, 보통은 1위에 대한 욕심으로 음악을 만들어왔는데, 이번에는 마음을 비우고 최선만 다하자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더니 1등을 했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면 능력의 120%를 발휘하는 것은 이제 불교공부를 해야만 알 수 있는 특별한 사실이 아니다.

어느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물었다.

"저는 어려서부터 모든 계문을 잘 지켜왔지만, 아직도 영생을 얻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왕국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가진 것을 모두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나를 따르면 하나님 왕국에 들어갈 수 있다." 가진 것이 많았던 청년은 그렇게는 할 수가 없어 상심을 하고 예수님 곁을 떠나갔다.

불가에서도 수행의 기본 전제로 'Renunciation(포기·버림)'를 이야기한다. 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찾기 위해 권력, 재산, 명예 등 당신이 가진 세속적인 모든 화려함을 헌신짝처럼 내 던지신 부처님은 우리와 출발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마음 공부 혹은 진리 공부를 위해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신 분, 아니 반이라도 버리신 분,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라도 버릴 용의가 있으신 분이 얼마나 있을까. 참고로, 진리공부를 시작했지만, 아직 재산을 버리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걱정은 안하셔도 되겠다. 예수님과 부처님 제자 중에 많은 부자들이 하나님의 왕국에 들어가셨고, 깨달음도 성취하셨다. 여기서 버리라는 것은 물리적 재산이라기보다는 그것들에 대한 착심이라고 봐야 한다. 단, 물리적 포기와 버림이 착심을 놓는데 도움이 됨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공(空)'을 빼놓고 불교를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님들의 설법을 들어보자. 결국은 버리고 비우자는 말이다. 거지가 되고 바보가 되라는 말일까.

출가 전 정치학을 공부했다. 사회과학 전공이다 보니, 과목당 한 학기에 한 두 차례 발표가 있었다. 원래 대중 앞에서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닌데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모든 발표시간이 부담스러웠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출가를 결심하고 원불교 대학교에 편입을 해서 학사일정표를 보니, 일주일에 2~3번이나 발표를 하게 되어 있었다.

"중 될 사람한테 왜 이렇게 많은 발표를 시키나?"

하기 싫은 마음에 투정이 일었지만, 실제 발표에서는 이상하리만큼 편안했고, 긴장을 안 하니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이유가 뭘까. 출가를 하면서 나름 각오를 단단히 했다. 딱히 불법을 알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해보자는 다짐을 했었다. 전 대학에서처럼, 학점에 대한 욕심, 동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모르면서도 아는 척 같은 것 하지 않고, 준비한 만큼만 최선을 다해 발표했다. 당연히 마음이 편안했고, 결과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대종사께서는, "중생은 영리하게 제 일만 하는 것 같으나 결국 자신이 해를 보고, 불보살은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것 같으나 결국 자기의 이익이 되나니라" 하셨다. 남의 일을 해줄수록 자기 이익이 되고, 버리고 비울수록, 채워지고 지혜로워지는 역설이 새롭게 다가온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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