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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정치권 '디톡스' 때가 왔다

병에 걸리는 이유는 많다.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구체적인 경우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각종 성인병을 비롯한 현대인의 만성병은 정확한 원인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원인이 복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축적된 것이어서 쉽게 고치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린다.

만성병을 부르는 각종 원인을 한 단어로 축약한다면 몸 안에 쌓이는 '독소(Toxin)'라 할 수 있다. 독소가 쌓이면 서서히 병들어가고, 독소 섭취를 줄이고 내보내면 몸은 낫는다. 문제는 독소라는 것이 대부분 '예쁘게' 위장되어 있어 사람들이 그 흉악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또한 독소는 갑자기 탈 나게 하지 않고 서서히 쌓이면서 몸에 각종 '고장'을 불러오기 때문에 병의 직접적인 원흉으로 지목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몸에 스며든 독소엔 눈길을 돌리지 않고 나타난 증상만 없애겠다며 병원에 달려가고 약을 먹는 '치료'가 반복되고 있다. 만성병이 잘 낫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인체를 위협하는 독소란 무엇일까. 사실 현대물질문명 사회에서는 사람을 둘러싼 오만가지가 다 독소다.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에서 멀어진 현대인의 생활은 그만큼 '비자연적'이다. 자연에서 멀어진 그 공간만큼 독소들이 들어차 있다.

숨으로 섭취하는 오염된 대기, 항생제·성장촉진제 등으로 키운 사육동물, 오염된 토양과 각종 살충제 속에서 자란 채소·과일류, 각종 화학첨가제 범벅인 제조식품들, 생존경쟁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병 고치겠다며 먹는 각종 약품들, 석유화학 성분으로 만들어내는 싸구려 건강보조제들….

현대인들은 이런 생활 속 독소에서 하루도 자유로울 날이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몸은 독소를 정화하고 걸러내는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다. 먹고, 호흡하면서 체내로 들어온 독소들은 면역력과 방어력이 물리치며 몸을 지켜낸다. 땀과 호흡, 대소변 혹은 구토 등을 통해 독소를 몸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몸은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어떤 이는 건강할까.

몸이 독소와의 전쟁에 쓰는 군사력(에너지)은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다. 독소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해독능력이 고갈되어 가면 자동차가 녹슬고 고장나듯 몸은 서서히 병들어간다. 그러나 평소 독소 유입을 줄이고 이미 들어온 독소를 해독하는 생활습관을 실천한다면 건강해지고, 만성병에 걸릴 위험도 없앨 수 있다.

세포들이 모여 사는 몸의 세계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나 병드는 이치는 다를 게 없다. 사회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독 작용을 하는 것이 법과 제도와 도덕이다. 이런 정화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서서히 골병들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독소가 가장 많은 집단을 꼽자면 단연 정치권이 아닐까. 알량한 권세로 법과 도덕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요, 온갖 부정부패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국의 '미투 운동'에 대해 글을 쓰면서 '한 방에 훅 갈 것 같아 요즘 두 발 편히 뻗고 잠들지 못하는 소위 잘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언(?)한 것은 실은 정치권을 겨냥한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한 방에 훅 갔다. 이참에 성폭력 문제뿐 아니라, 온갖 불법·비리·몰인격 등 정치권 전반에 걸쳐 세정 의례가 치러지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독소로 가득 찬 정치권은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죽든 살든 이제는 극약 처방이나 수술대에 눕혀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정치가 해독(Detox) 되어야 사회 전반이 건강해지고 국민이 행복해질 것이기에.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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