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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잘린 듯 생각나지 않는다?…'일시적 기억상실증' 의심

정보 입력하는 뇌기능 일시 중단
그러나 치매와 전혀 무관한 증세
아직까지 이유 밝혀지지 않아
이에 대한 치료법도 없는 상태
일단 증세를 경험한 사람은
중풍 간질병 검사 받아보도록


50대 초반의 전문직 남성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틀전 점심시간에 2시간 가량 클라이언트와 주요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순간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술도 곁들이지 않은 식사였다. 마치 '그날 그 곳에서의 2시간'이 자신의 기억 필름에서 잘린 것 같았다. 치매의 예보가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장원철 신경내과 전문의는 "치매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증세로 발병률도 낮은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이라며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을 경험한 당사자들은 매우 당혹스러워 한다"며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한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Transient Global Amnesia)에 대해 알아 보았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의 증세는 어떤 것인가.



"병명 그대로 어떤 특정 기간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두뇌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증세이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에 발생한 상황은 그 사람의 두뇌 기억 창고에 입력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아무리 기억에 떠오르려고 해도 기억창고에 없기 때문에 꺼내 올 수가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깜박증'은 기억 창고에는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당시를 회상해 가면서 '아 그랬었지'하고 더듬어 꺼내 올 수가 있지만 일시적 기억 상실증은 말 그대로 '기억이 상실된 상태'라 떠올릴 수가 없다. 환자들의 표현이 '그 순간의 필름이 잘려 나간 것 같다' 든가 '그 부분만 지우개로 지워진 듯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알코올(술)의 영향과는 무관하게 나타난다."

-왜 이런 증세가 오는가.

"아직 의학적으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증세 중 하나여서 왜 생기는지는 알 수 없다."


-치매의 예보가 아닌 것은 확실한가.

"치매와는 전혀 다른 증세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경험했다고 해서 혹시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가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치매는 두뇌의 세포에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것인 반면에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은 뇌의 이상은 없다. 증세가 사라지고 나도 두뇌에는 전혀 손상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치매와 연관성이 없는 병이다."

-발병률은 높은가.

"케이스를 볼 때 미국에서 1년에 10만명에 5~10명 꼴이다. 50대 이후 발병률은 10만명에 20명~30명으로 많아진다. 그러나 치매가 65세~70세에 100명 중 2명으로 85세에는 100명에 40명으로 나타나는 것과 비교해보면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은 케이스가 흔하지 않은 병이다."

-유전인가.

"유전성은 아니다. 발생되는 연령층도 50대가 아닌 30대40대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기억상실이 되는 기간은 얼마나 되나.

"환자 케이스를 보면 두뇌의 기억 장치가 작동되지 않는 기간이 보통 24시간을 넘지 않는다. 즉 기억 상실증세가 하루를 넘지 않고 다시 정상 기능으로 돌아온다. 짧게는 몇분 길게는 몇시간 인 셈인데 개인으로서는 그 때 일어난 일을 전혀 떠올릴 수 없기 때문에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증세가 있을 당시 다른 기능에는 이상이 없나.

"본인은 몰라도 함께 있던 사람들은 평소와 다르다고 말한다. 식당에 같이 갔는데 주문을 하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우리 뭘 먹을까? 주문해야지'하는 식으로 되묻고 '지금 왜 여기 와 있는 거지?' 등 상황과 동떨어진 질문을 반복해서 하는 등 평상시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보거나 듣거나 걸음걸이 등 다른 신체기능은 정상이다. 그리고 증세가 사라진 다음에는 사고나 대화에도 문제가 없이 정상으로 된다. 두뇌 손상이 없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전조를 알 수 있나.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예방한다거나 또 전조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단 이 증세가 있으면 중풍이나 간질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중풍이나 간질종류의 전조로 이같은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원인이 중풍 혹은 간질이라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중풍이나 간질이 아닌 것이 확인되면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에 대한 치료는 현재로서는 없다. 병자체가 심각할 만큼 어떤 손상이 없기 때문이다."

-중풍과 간질 검사는 어떻게 하나.

"중풍은 두뇌의 MRI와 뇌혈관의 MRA를 찍어 본다. 간질은 뇌파검사(EEG)를 받아 보면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심각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확인할 것을 꼭 권하고 싶다. 일시적 기억 상실증세가 뇌혈관에 문제가 있거나 간질종류가 원인인데 그대로 있으면 중풍과 간질이라는 큰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시적 기억 상실증 자체는 크게 심각하지 않지만 그것이 다른 질환 즉 중풍이나 간질의 전조라면 상황은 아주 달라지는 것이다."

-잘 발생 될 수 있는 상황이 있나.

"환자 케이스를 보면 증세가 일어날 때 상황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머리를 어디에 크게 부딪쳤거나(또는 교통사고 등으로 다쳤거나) 할 때가 많았다. 또 목욕탕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등의 급격한 온도 변화의 환경일 때에도 일시적 기억 상실증세를 나타냈다(따뜻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추운 곳으로 옮겨갈 때 등)."

-어떤 사람들이 발생 가능성이 높은가.

"이제까지 밝혀진 바로는 나이로 볼 때 50대 이후가 이전보다 발병률이 높았다. 또 평소에 편두통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시적 기억 상실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내과 전문의로서 일시적 기억 상실증세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중풍과 간질 검사는 받아 볼 것을 권한다. 기억 상실증세가 중풍이나 간질의 전조 때문이라면 그대로 두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만일 두 경우가 아닌 것이 확인되면 너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증세가 발생 될 수 있는 환경인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비단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세 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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