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타인 쫓아냈다" 블랙 벗은 미투
아카데미 키워드 다양성 속 균형
미투 폭로 여배우 3명 무대 올라
차별 반대에 대한 지지와 공감
"클로이 김이 올림픽 하프 파이프에서 1080도 회전을 하고 난 직후의 기분이 이런 거였구나 생각이 드네요."
4일 LA 돌비극장에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스노보드 스타 클로이 김을 언급하며 감격을 드러냈다. 곧이어 연기·촬영·감독·각본 등 각 분야에서 올해 후보에 오른 모든 여성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메릴 스트리프를 비롯, 색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삽시간에 객석에서 일어서자 박수가 터졌다.
더 이상 블랙 드레스는 필요 없었다. 미투 운동 이후 처음 열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1월의 골든글로브 시상식처럼 검은색으로 옷차림을 통일하진 않았다. 무지개가 연상될 만큼 빨강·노랑·파랑·초록 등 다양한 색이 등장한 가운데 '미투'와 '타임스업'으로 불리는 성폭력 반대, 나아가 각종 차별 반대에 대한 지지와 공감의 분위기는 한결 뚜렷했다.
지난해 9월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오랜 성추행·성폭력 전력은 '나도 당했다(Me, too)'는 줄이은 폭로와 함께 미투 운동이 전 세계에 퍼지는 계기가 됐다. 아카데미는 숱한 아카데미 수상작을 배출했던 거물 와인스타인을 회원에서 제명했다.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던 여성 가운데 배우 세 사람도 직접 무대에 올랐다. 배우 애슐리 저드는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새로운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 뭉쳐서 마침내 '타임스업(Time's up, 시대가 끝났다)'이라고 말하는 강력한 합창"이라며 "우리는 다음 90년이 평등·다양성·포용·교차성의 무한한 가능성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확실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 배우에 이어 주최 측이 사전에 만든 영상에는 성별과 인종이 다양한 여러 감독·배우·시나리오 작가 등이 나와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를 주장했다.
▶감독상 델 토로
올해 최다인 4관왕(작품상·감독상·미술상·음악상)의 영예는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타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 안았다. 최근 5년간 멕시코 출신이 감독상을 가져간 건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버드맨'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에 이어 그가 네 번째다.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받아든 델 토로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나는 이민자"란 말부터 했다. 그는 "영화를 사랑하며 자란 멕시코 아이가 이처럼 영광스러운 자리에 섰다는 게 꿈만 같다"면서 "젊은 영화학도들에게 이 상을 헌정한다. 젊은 세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우리(기성세대)에게 보여주는 사람"이라 했다.
SF 판타지 장르로는 처음 작품상을 거머쥔 '셰이프 오브 워터'는 냉전시대 미국 비밀 연구소에 잡혀 온 물고기 인간(더그 존스 분)과 언어장애가 있는 청소원(샐리 호킨스 분)의 종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린다.
▶코비 '오스카 덩크'
NBA의 전설적인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40)가 오스카를 거머쥐는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졌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가 제작한 '디어 바스켓볼'이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2015년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공개한 브라이언트의 은퇴선언문 '디어 바스켓볼'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6분 가량의 짧은 애니메이션에 선수를 꿈꾸던 유년 시절부터 코트를 누비던 선수 시절까지 화려한 농구 인생이 담겼다.
이날 브라이언트는 글렌 킨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열정과 노력이 (이 영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농구 선수라 드리블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영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