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받은 아내와 심장 이상 딸 두고 체포…55세 나파 노동자 만조씨
ICE 단속, 가족과 ‘생이별’
그날도 여느 때처럼 동이 트기도 전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맞닥뜨린 것은 견인차가 아니었다. 저승사자 같은 ICE(이민단속국) 단속반이었다. 그 시간 이후로 그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55살이 된 만조 씨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세 아이를 비롯한 네식구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30년 전 미국에 왔지만 아직도 합법적인 신분을 얻지 못했고, 늘 멕시코로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야 했다.
1990년에 임신한 아내와 두 살 아들을 데리고 그가 정착한 곳은 나파의 와이너리였다. 농장 일을 하면서 가족들과 그나마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그 사이, 막내가 태어나 식구는 4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 해 와이너리의 일자리를 잃었다. 결국 다시 막노동 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탈장 수술을 받은 아내와 심장에 이상이 있는 15살 난 막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8일. 그의 가족들은 샌프란시스코의 ICE 본사로 향했다. 그곳에서 가장을 잃고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며 하소연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버지가 스톡턴에 구금돼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딸 브렌다 씨는 “우리 가족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어머니마저 체포될 지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아버지가 없는 우리 가족을 상상할 수도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ICE는 지난 달 25일부터 4일간 북가주 일대에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을 펼쳤다. 모두 232명이나 체포됐다. 상당수는 만조 씨처럼 딱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ICE 당국은 이에 대해 “단속대상 232명 중 115명이 전과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공공안전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크로니클 지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이후로 전과경력이 없는 불체자들의 체포건수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 단체 등에서는 비인도적인 이민자 단속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허문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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