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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수필 부문] 심사평 "생에 대한 가볍지 않은 통찰"

응모작품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초벌 읽기를 끝내고 나니 다섯 분의 작품이 기억에 남았다. 신성욱의 '아빠 수국이 파란 꽃이야' 조성환의 '배롱나무 그늘 밑에서' 김희원의 '아들의 눈물' 이윤홍의 '아버지의 훈장' 이한창의 '동백아가씨' 등이다.

수필은 개인의 체험과 그로부터 얻은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를 세상에 전달하는 문학 형태다.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는 글이 소재와 주제 부분과 전체 단락과 단락 간 연결이 무리 없이 아우러져야 한다. 읽고 나서 독자가 내용에 공감하고 '감동'에 이르면 비로소 그 역할을 다하게 된다. 문학은 독자에 의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함께 심사를 맡은 김영중 수필가와 의논한 결과 조성환의 '배롱나무 그늘 밑에서'를 가작으로 정하는데 쉽게 합의했다 장려상은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이한창의 '동백아가씨'를 선하기로 했다.

'배롱나무 그늘 밑에서'는 구순의 어머니가 넘어져 양로병원에 입원했던 이야기다. 병원의 여러 풍경을 눈에 보이듯 선명하게 그려냈다. "긴 병마는 천륜을 이간질하려 들지 모른다"는 표현에서 보듯 생에 대한 가볍지 않은 통찰이 들어있다. 어머니가 퇴원하던 날 휠체어에 앉아 현관에 늘어선 열대여섯 명 환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는 모습은 독자의 가슴을 환히 밝혀준다. 감동적이다. 그러나 표현을 다듬고 삶의 비의에 한걸음 더 들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출된 다른 작품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선정하는데 참고가 되었음을 첨언한다.

'동백아가씨'는 20년 전 동경 유학 중에 알게 된 토모미라는 여인과의 동백꽃 같은 사랑 이야기다. 구성이 더 치밀하고 전체가 아우러지도록 문장을 꼼꼼히 챙겼더라면 훨씬 좋은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민자들이 살아가는 곳에 이민 문학이 꽃핀다.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듯 디아스포라 문학이야말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민 생활이 도드라진 글을 기대한다.

당선작을 내지 못해 아쉽다. 미주 수필의 현주소를 겸허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심사위원: 김영중 수필가 정찬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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