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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간 셋업맨 오승환, 기회 오면 끝판 본색

붙박이 마무리 투수 오수나 있어
예상 못한 부진 땐 오승환 1순위
출전 경기 횟수 옵션도 동기 부여

‘파이널 보스(끝판 대장).’

2005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후 지난 13년간 오승환(36)은 줄곧 이렇게 불렸다. 오승환은 한국과 일본에서 11시즌 동안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2016~17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도 주로 마무리투수로 나섰다. 한·미·일 통산 396세이브를 거둔 ‘끝판 대장’ 오승환은 올해 새롭게 둥지를 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마무리 투수가 아닌 7~8회를 지키는 셋업맨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에는 멕시코 출신 오른손 투수 로베르토 오수나(23)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빅리그에 데뷔한 오수나는 첫해 1승(6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했다. 2016년 36세이브에 이어 지난해에는 39세이브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세 시즌 통산 95세이브를 올렸다. 이 기간 오수나보다 세이브를 많이 올린 투수는 켄리 잰슨(124세이브), 마크 멜란슨(109세이브) 등 7명에 불과하다.

CBS스포츠는 1일 “오수나는 의심할 여지 없는 토론토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라며 “오수나가 다치거나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지면 오승환이 가장 먼저 세이브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오수나가 흔들릴 경우 오승환이 가장 먼저 마무리 투수로 기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승환은 토론토 입장에선 일종의 ‘마무리 보험’인 셈이다.

이 말에는 근거가 있다. 오수나는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5㎞에 이를 정도로 빠른 공을 던진다.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위력도 좋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3.38까지 치솟고 블론 세이브를 10개나 기록했다.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갑자기 심리적으로 흔들리며 직구 구속이 크게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오승환은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할 때도 시즌 중반 이후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찼다. 시범경기 때부터 좋은 피칭을 보였던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한 틈을 타 끝판 대장의 자리를 되찾았다.

출전 경기수와 연동되는 토론토와의 계약 조건도 오승환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오승환은 토론토와 1+1년, 최대 725만 달러(약 78억원)에 계약했다. 첫해 보장 금액만 175만 달러다. 첫해 70경기 이상 출전하면 자동적으로 두번째 시즌엔 연봉 250만 달러를 받는다. 플러스 옵션은 올시즌과 내년 각각 최대 150만 달러다. 40경기부터 매 10경기를 더할 때마다 12만5000달러씩을 받는다.

1977년 창단한 토론토는 메이저리그 유일의 캐나다 구단으로 1992~93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경험이 있다. 이후 오랜 ‘암흑기’를 보낸 뒤 2015~16년엔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라이벌을 제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엔 타선의 침묵과 선발진의 붕괴로 지구 4위까지 추락했다. 올해는 간판타자 호세 바티스타와 결별했지만 얀헤어비스 솔라르테, 커티스 그랜더슨 등 준척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는 팬그래프닷컴은 올해 토론토의 순위를 아메리칸리그 5위(86승 76패)로 예측했다. 최소한 와일드카드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토론토가 가을야구를 하려면 젊은 불펜진의 활약이 필요하다. 오승환의 경험이 토론토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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