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시·시조 부문] 기러기가 왜 거기에 서 있을까요 - 김소희<장려상>
겨울 들판 위에 흰 기러기들 모여 살아요고개 숙여 하늘을 등지고
땅을 후벼 일구어내고 있어요
맨발로 절룩거리며 허공을 내려오던 마지막 순간에도
잠시라도 하늘을 등지지 않고는
작은 둥지를 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굽은 등 가린 하얀 옷이 작업복이 되고
부랑의 눈바람이 길 막고 서 있어도
이빨 없이 바짝 붙어서 노긋노긋 살아가는 건
날개의 무게 때문은 아닐 거예요
남의 땅을 딛고 산다는 것은
내가 모르던 내 모습으로 삭이며 살아내는 일
저녁이면 해마저도 석양으로 변심하고
텃새 무리가 빤히 지켜보는 이국의 하늘
반쯤 여며진 눈으로 웅크려
도도히 하늘에 맞닿는 꿈을 꾸어요
시리어서 파닥이는 무른 날개 밑에
차오르는 뭉클한 온기
언 땅에 쓸릴수록 질겨져 부풀어 오르는 독한 몸부림
봄이 오기 전
끈질기게 끈질기게
하늘을 안으로 들여놓아요
수상소감
미국에 와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서 행복했던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와 비례해서 분명 위축되고 고독했던 시간마다 나에게 시는 기쁜 것 슬픈 것 아름다운 것 추한 것, 그때그때 느끼는 미려한 감정들을 포기하지 않고 살겠다는 삶에 대한 애착이고 몸부림이었으며 더 이상 빛을 감춘 그림자로 살 수 없다는 저항이었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 드리며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믿고 지지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 가족들, 따뜻하고 엄격하신 목요반 문우들께 감사 드립니다. 끝으로 인연의 질긴 끈으로 시와 현실의 삶 속에서 올곧게 이끌어주시는 양균원 교수께 미약하나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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