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버그 감염된 평창…북한에 대한 관심도 삼켰다"
한국, 일본과 피말린 연장전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
세계 언론, 한국 컬링 신드롬 주목
WSJ "북한에 쏠렸던 관심 되돌려"
'갈릭 걸스'가 '평양올림픽' 논란을 쓸어버렸다.
평창올림픽은 지난 9일 개막했다. 대회 초반만 하더라도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의 개회식 참석 북한 응원단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전 세계 언론은 정작 올림픽 경기보다 '북한 이슈'에 더 초점을 맞췄다. 일각에서는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하지만 대회 중반 이후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평창올림픽의 주인공이 됐다. 예선에서 파죽의 8승1패를 거뒀고 2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연장 끝에 일본(세계 6위)을 8-7로 꺾었다.
김은정(28).김영미(27).김경애(24).김선영(25).김초희(22)로 구성된 한국(세계 8위)은 막강이었다. 한국은 1엔드에 스킵 김은정의 정교한 8번째 샷을 앞세워 3점을 쓸어담았다. 4-3으로 앞선 5엔드는 김선영이 5번째 샷을 트리플 테이크아웃(한 번에 스톤 3개를 쳐내는 것)으로 연결하자 전광판에 '대박'이란 글자가 떴다. 한국은 2점을 더 보태 6-3으로 달아났다.
한국은 7-4로 돌입한 9엔드에 2점을 줬고 10엔드에 김은정의 8번 샷이 아깝게 빗나가 7-7로 연장에 돌입했다. 그러나 연장전 김은정의 절묘한 샷으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25일 오전 9시5분(뉴욕시간 24일 오후 7시5분) 스웨덴과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예선에서 스웨덴을 7-6으로 꺾은 바 있다.
한국은 예선에서 세계 1~5위 국가를 연파하면서 평창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 "(평창에서 발생한) 노로바이러스는 피했는데 컬링병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조너선 청 WSJ 서울지국장은 "올림픽이 끝나면 북한 기사를 쓰는 원래 일로 돌아가겠지만 그때까지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여자 컬링에 대한 기사를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평창올림픽 이야깃거리는 북한의 움직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 컬링선수들이 관심을 선수들에게로 돌려놓았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을 찾은 북한 응원단 229명은 대회 초반 절도 있는 '칼군무'를 펼치며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K팝 트와이스의 'TT'가 흘러나오는데 한복을 차려입고 부채춤을 춰 엇박자가 났다.
북한 응원단을 향한 관심은 대회 중반 이후 시들해졌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선 국내에 '북한 미녀 응원단 팬클럽'이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2018년엔 북한 응원단을 북한 정권의 여성을 이용한 선전 도구로 여기면서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늘었다.
주요 외신들 역시 북한 대신 한국 여자컬링대표팀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1일 "'갈릭 걸스'가 평창올림픽을 사로잡았다. 팀원 5명 중 4명이 인구 5만4000명의 소도시 의성 출신인데 의성 특산물 마늘에 빗대 '갈릭 걸스'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23일 "안경 낀 김은정의 무표정한 얼굴 김은정이 '영미~'라고 외치는 모습은 인터넷상에서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정은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안경선배'란 별명을 얻었다. 김은정이 경기 내내 리드의 김영미를 향해 외치는 "영미~"는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다.
국제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 기간 믹스트존에서 세 차례나 눈물을 흘렸다. 김은정은 "그동안 겪어 보지 못한 힘든 시간이 있었다. 거기에 휩쓸려 삐끗하면 저희만 바보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김민정(37) 감독은 "한국 컬링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경북컬링훈련원에서 '찬밥 훈련'을 했다. 빙판 감각을 익혀야 하는 컬링은 홈 어드밴티지가 중요한 종목이다. 하지만 강릉컬링센터는 지난해 경기장 시멘트 바닥이 갈라진 탓에 개.보수 공사를 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경기장에서 9일 훈련한 게 전부다. 평창슬라이딩센터 트랙을 400차례 넘게 탔던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과 비교된다.
박린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