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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창 이후가 중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의 메달 수보다는 올림픽 후의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화될까 하는 염려가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온다. 한국과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각기 꽃놀이패를 쥐고 한반도기를 앞세워 해빙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에 참여한 각종 화력을 보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ICBM을 앞세운 꼼수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일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남한에 온 김여정은 청와대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전하며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는 초청 의사를 구두로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도 올림픽 후의 잘 계산된 꼼수의 연장전임이 틀림없다. 문 대통령이 즉답보다는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감을 갖는다.

청와대 관계자도 여건에 대해 "10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미 있게 이뤄지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과 분위기, 여건이 무르익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 것이 진실이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정상회담을 반기면서도 비핵화를 앞세운 한미일 관계를 뛰어넘기에 장애가 있음을 밝혔다고 믿어본다.

사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핵 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핵을 지키려는 위장평화공세 전술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주장으로 애초 2월 말 실시하려던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한미 군사훈련을 더 미루려는 속내가 내비쳤다. 아베 일본 총리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일본을 놔두고라도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되어져야 하는가. 미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위한 선제공격은 미국의 주권문제이고 내정 문제가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선제공격에 반론을 제기할 명분이 없어진다.

만일 남북대화 모멘텀을 이유로 한미 군사훈련을 또다시 미룰 경우, 미국 측의 반응은 더욱 냉랭해질 것이 분명하며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 불분명하다.

현실은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것은 미국의 예봉을 피해 보려는 꽃놀이패였음 알게 한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후엔 김정은 핵 놀음의 꼼수도 트럼프의 강경 대응으로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미국이 대북 최대압박과 함께 군사 옵션도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평창올림픽 후를 보고 미국과 지속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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