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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은 대국인가 소국인가

미국 헌법의 기초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윌슨은 이런 말을 했다. "로마인은 자국의 힘을 확장하려 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주민들이 자진해서 로마로 쏟아져 들어옴으로써 확장된 것이다."

로마가 뻗어날 수 있었던 비결이 관용이라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쓴 역사서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15권을 관통하며 등장하는 단어도 개방성과 관용 정신이다.

고대 로마는 다신교 사회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통합한 모든 이민족의 신을 자신의 신으로 받아들였으며 어느 특정 신만을 위한 신전이 아닌 만신의 판테온을 지었다. 수많은 이민족과 싸웠지만 그들의 종교와 사상과는 싸우지 않았으며 승자로서 우월감에 도취되어 타민족의 문화를 말살하지 않았다.

미국이 한때 그 팍스로마나 정신을 이어가는 문화적 강국이 되는 듯했었다. 건국 초기부터 지켜온 소수자들에 대한 관용과 개방은 그들이 유럽 대륙에서 경험한 불관용에 대한 성찰에서 온 것이었다. 그리하여 군사력을 앞세운 폭력적 확장에도 불구하고 인종적 소수자, 종교적 소수자들에게의 관용은 미국을 세계에서 모범적인 지도국으로 세우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많은 한인들이 미국을 동경하며 이민을 떠나오던 60년대, 70년대만 해도 미국은 그런 나라였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에 숨죽이고 있던 백인 중산층들이 9·11 테러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르짖는 맹목적 애국주의에 편승하면서 미국이 점차 편협하고 오만한 나라로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용과 개방의 정신을 잃어버린 초강대국의 비틀거림은 세계의 재앙이다.

다카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돼 지금 18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체류 청년, 일명 드리머들이 추방 위기에 내몰렸다. 쇄국주의의 상징인 듯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가족초청 이민을 사실상 폐지하려는 반 이민 정책으로 미국의 지성은 극도의 혼돈과 분노에 쌓여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선포한 미국 상무부는 특별히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에 대해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또한 철강 제품에 대해서 53%의 높은 관세 부과를 제안하고 GM의 철수를 공언하는 등 한국을 겨냥한 무역규제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분야에서만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이라면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동맹이 아니라니.

그러면 미국은 군사, 외교 면에서는 동맹으로서의 금도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그 모습은 바로 며칠 전 한국에 가서 올림픽 리셉션에 뒤늦게 참석했다가 용렬한 모습만 보이고 떠난 펜스 부통령과 다르지가 않다. 내심 한반도에 긴장 상태가 고조되기만을 바라는 섬나라 소국 아베의 협량은 그렇다 치고, 동맹국의 잔칫집에 가서 그렇게 화해 분위기를 흐려 놓고 오는 것은 백 보를 양보해도 예의가 아니다. 더구나 무안한 마음에 경제 보복 카드를 꺼냈다면 미국이야말로 동맹이랄 수가 없다.

공자는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을 구분할 때 대인은 옳고 그름을 따지며 소인은 이익을 따진다고 했다. 대인은 강자에게 강하나 소인은 약자에게 강하며, 대인은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소인은 주먹질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했다. 미국은 대국(大國)인가, 소국(小國)인가. 우리 200만 한인이 살고 있으며 한국과 둘도 없는 동맹인 미국이 결코 소국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이기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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