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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남이라는 이유로 그와 저녁 한끼가 4만 달러

1100만 달러에 이름 빌려준
트럼프타워 홍보하러 가서
외교포럼서 연설 '이해충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0일부터 약 일주일간 인도를 비공식 방문했다. 그는 아버지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지주회사인 트럼프 재단 수석부회장으로서 일상적인 부동산사업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인도방문도 일차적으론 현지 최고급 아파트인 트럼프타워 분양 홍보를 위해서다.

트럼프 재단은 2014년부터 뉴델리 외곽 위성도시 구르가온과 푸네, 뭄바이, 콜카타 등 4개 도시에서 22층~75층 트럼프타워를 짓고 있다. 한 채당 분양가는 85만 달러~170만 달러다.

트럼프 주니어가 도착하기 수일 전부터 현지 일간지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트럼프가 도착했다. 당신은?"이라는 전·후면 2개면 전면광고가 실렸다. 방문 중 아파트 분양을 계약하면 트럼프 주니어와 대화 및 만찬 행사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저녁 한 끼 식사에 참여하려면 최소형 아파트 기준 분양 예약금으로 250만 루피(약 3만8570달러)를 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저녁 한끼를 먹는데 4만 달러 가까운 돈을 내는 셈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4개 도시를 모두 돌며 아파트 분양자와의 만찬 행사를 한다.

트럼프재단은 사실 인도 트럼프타워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브랜드를 빌려주고 대신 로열티로만 1100만 달러를 챙겼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트럼프타워와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져야 하는 직접 투자는 피하고 브랜드 장사만 한 것이다. 지난 2014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라 처음 계약조건엔 아버지가 직접 방문해 분양홍보를 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대통령에 당선되자 장남이 대신 온 거였다.

현지 시행사들은 처음엔 장남보다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좋은 장녀 이방카가 방문하길 원했지만, 이방카는 백악관 고문직을 맡고 있고 마침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때문에 주니어가 온 거였다. 이방카도 현지 분양 광고 모델로는 활약했다.

여기서 그쳤으면 단순 비즈니스 출장일 텐데 트럼프 주니어는 23일 현지 글로벌 비즈니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한다. 아버지의 중점 외교정책인 '인도-태평양지역 연대의 재구성: 새로운 협력 시대'란 주제의 연설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행사에 참석해 '인도의 미래를 위한 준비'에 대해 연설하기로 돼 있다. 비즈니스와 공무를 뒤섞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부에서 아무 공직도 맡지 않은 주니어가 비공식 사업상 출장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하는 건 이해충돌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아버지의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 주니어가 "회사와 정부, 정책은 완전히 분리돼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장벽을 세워놓았다는"고 했던 말과도 모순된다.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의 조던 리보위츠는 이 신문에 "트럼프의 회사는 해외에서 대통령의 아들에 대한 접근권을 팔아먹고 있다"며 "미국 정책에 영향을 주길 바라는 사람들에겐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로비하는 비용으로 아파트 한 채 값을 지불하는 건 작은 비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일가 가운데 이해충돌 논란을 부른 건 장남만이 아니다.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은 사업투자 유치를 위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의 재벌과도 접촉한 데 대해 로버트 뮬러 특검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쿠슈너 고문은 대통령직 인수 기간 동안 외국 정부와 접촉을 맡아 최소 15개국, 50여명의 외국인과 접촉했다. 그런데 이들 중엔 쿠슈너 일가의 가족 기업인 쿠슈너 컴퍼니가 2007년 18억 달러에 매입한 뉴욕 5번가 666번지 재개발사업 투자자들도 포함됐다.

대표적 사람이 안방보험그룹 우샤오후이 회장이다. 쿠슈너 컴퍼니는 안방 그룹과 투자유치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같지만 결국 결렬됐다. 쿠슈너 고문은 이에 카타르의 저명한 투자자인 자심 알타니 전 총리와 투자협상을 벌였지만, 정체 상태다. 앞서 쿠슈너 고문은 2016년 12월 러시아 국영브네스코놈뱅크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과도 만났지만 "외국 정부와 공적 만남"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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