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플로리다주 총기 규제 어떻길래…18세 이상이면 대기 기간 없이 반자동 소총 구입
미 언론 "용량 제한 감기약보다 사기 쉬워"
라이선스 178만 개…성인 전체의 10% 달해
트럼프 대통령 "신원조회 강화 논의하겠다"
더구나 플로리다주의 경우 총기 소지나 구매가 자유로운 곳 중 하나다. 총기 관련 정책이 남용에 대한 부작용보다 '자기방어'와 '무장의 자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주다. 특히 연방법을 적용해 권총은 21세이어야 구매가 가능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18세 이상이면 살 수 있다. 반면 뉴욕.뉴저지주 등은 반자동 소총 판매 자체가 불법이다.
이번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19세 니콜라스 크루즈도 범행에 사용한 AR-15 반자동 소총을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플로리다주에서는 AR-15 반자동 소총이 권총보다 구매하기 쉽다"고 보도했다. 현행 플로리다주 총기 구매 규정에 따르면 권총은 구매 전 3일 동안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중범죄나 가정폭력 유죄 평결 기록이 없고 정신과 상담을 받겠다는 서약만 하면 총기상에 들어가 몇 분만에 살 수 있다.
CBS 뉴스는 "플로리다주 내 일부 카운티에서는 AR-15 소총을 구매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5일 대기기간 규정을 시행하고 있지만 총기소지 라이선스를 갖고 있을 경우 이 규정은 유예된다"고 전했다.
CBS는 "플로리다주에서는 혼인 라이선스나 감기약을 사는 것보다 총기를 사는게 더 쉽다"고 보도했다. 혼인 라이선스는 혼전 상담을 받거나 의무 3일 대기기간을 거친 후에야 받을 수 있고, 감기약도 30일 이내에 9그램 이상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플로리다주 총기 관련 규정을 보면 공개된 상태(open carry)로는 갖고 다닐 수는 없지만 보관함 등에 가려진 채로 소지하고 다니는 것은 허용된다. 박스에 넣어 차량에 싣고 다닐 수도 있고, 주립공원 등에도 가방 등에 넣어 소지할 수 있다. 물론 가려진 상태로 소지하는 것도 총기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지만 라이선스 발급도 비교적 까다롭지 않다.
현재 플로리다주에서 발급된 유효 총기 소지 라이선스는 총 178만4000여개에 달한다. 전체 인구 2000여 만 명 가운데 18세 미만 연령 20%를 제외한 1600여 만 명 중 10% 정도가 총기 소지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셈이다.
또 플로리다주는 다른 주와도 총기 소지 라이선스 인정 협약을 체결해 현재 36개 주가 플로리다주 총기 소지 라이선스를 유효 인정하고 있다. 플로리다 역시 전국 35개주의 총기 라이선스를 인정하고 있다.
이같이 까다롭지 않은 플로리다 총기 규제가 이번 고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강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총기 규제 강화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바뀌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등이 발생해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이 주의회에 상정됐지만 위원회 배정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입법화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7일 플로리다주의 총기 소지 옹호 세력의 로비가 강해 주 정치권의 인식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도 총기 규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총기 규제 강화 방안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구매자에 대한 연방 신원조회 강화 방안을 논의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반자동 소총을 기관총으로 개조할 수 있는 장치인 '범프스탁'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명령문에 서명했다.
신동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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