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까지 내준 부모님께 감사"
민유라와 프리댄스 '짝'
'홀로아리랑'이배경음악
4년 뒤도 태극마크 기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알렉산더 겜린(25)은 감정이 복받치는지 목이 잠겨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눈시울을 붉히고 나서야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꺼냈다. "올림픽 출전 기회를 준 것이 무척 고맙다. 최선을 다했는데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
민유라(23)-겜린 조는 19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아이스댄스쇼트댄스에서 61.22점을 받았다. 전체 24팀 가운데 16위를 기록하면서 '컷 통과'에 성공했다. 아이스댄스에서는 전체 24팀 가운데 쇼트댄스 상위 20팀이 프리댄스(20일)에 진출한다.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푸른 눈의 겜린은 지난해 7월 특별귀화해 한국인이 됐다. 2년 동안 한국어, 문화, 역사 등을 공부했다. 애국가도 4절까지 외웠다. 겜린은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국 국적을 택했다. 피겨 아이스댄스는 두 선수의 국적이 일치해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겜린은 7세 때부터 쌍둥이 여동생 대니엘 겜린과 피겨를 시작했다. 하지만 동생이 2015년에 은퇴하면서 짝을 잃었다. 마침 재미교포 민유라가 새 파트너를 구하고 있었다. 호흡이 착착 맞고 실력이 쑥쑥 늘었다. 이중국적이었던 민유라가 한국을 선택하면서 겜린도 한국 귀화를 고려했다. 겜린은 "가족들이 내 꿈을 응원해줘서 (귀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겜린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여동생이 피겨를 그만둔 것도 비용 때문이다. 겜린은 "나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는데, 부모님이 노후 자금까지 내주며 지원해줬다"고 했다.
겜린의 부모는 올림픽을 직접 보고 싶어 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오지 못했다. 겜린은 "분명 쇼트댄스 경기를 보고 부모님이 펑펑 우셨을 것"이라고 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프리댄스에서 '홀로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한복 형태를 살린 의상을 입는다. 익숙한 선율이 아니라서 불리하다고 코치가 만류했다. 하지만 민유라로부터 아리랑에 대한 의미를 들은 겜린은 밀어붙였다. 겜린은 "한국인에게 아리랑이 어떤 의미인지 들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만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인만큼 꼭 사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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