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장갑·호리병주법·외다리주법·날 밀기 등
독자기술로 만든 '쇼트트랙 코리아'
지난 9일 뉴욕타임스는 평창올림픽 특집으로 '한국은 왜 쇼트트랙을 잘하나'라는 기사를 썼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80~90년대 올림픽에서 잘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았는데, 새롭게 나온 쇼트트랙 종목이 낙점됐다. 이후 집중적 지원을 받아 반복적인 군대식 훈련, 전략 연구 등으로 단시간에 메달을 싹쓸이했다.
쇼트트랙은 빠르게 코너를 돌며 순위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유연성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서양 선수들보다 체구가 작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기훈은 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1000m, 5000m 계주 우승으로 한국 겨울올림픽 44년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기훈은 '호리병 주법' '외다리 주법' '개구리 장갑' 등 다양한 기술을 탄생시켰다. 호리병 주법은 직선 주로에서 인코스로 달리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상대를 앞서 나가는 기술이다. 외다리 주법은 코너에서 원심력을 극복하고 스피드를 이어가기 위해 한 발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말한다. 손가락 끝 부분에 에폭시 수지를 붙여 코너를 돌 때 마찰력을 줄여주는 개구리 장갑도 발명했다.
결승선 앞에서 '날 밀어 넣기'도 한국 선수들이 처음 시도했다. 98년 나가노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전이경은 오른발을 내밀어 우승했다. 당시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김동성도 리자준(중국) 뒤에 있었지만 날을 먼저 넣어 이겼다.
빙판에서 하루 200바퀴 이상 도는 맹훈련으로 쌓은 강철 체력으로 '바깥돌기'도 뛰어나다. 바깥돌기는 경쟁이 치열한 인코스를 포기하고 순간 속도를 내서 아예 바깥쪽으로 크게 회전하는 것인데, 트랙을 한 바퀴 돌 때 5~10의 거리를 더 달려야 한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3관왕을 이룬 안현수와 진선유가 탁월했다. 진선유는 "아웃코스로 돌려면 힘과 스케이팅이 모두 좋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힘은 '분노의 질주'도 가능하게 했다. 2002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김동성이 시작과 동시에 전력질주를 해 13바퀴 반 동안 1위를 지켰다. 2014년 소치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선 심석희가 한 바퀴 반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아웃코스로 질주해 역전 우승을 이뤘다. 이번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예선에서도 이유빈이 넘어져 크게 뒤처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엄청난 질주로 1위로 골인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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