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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보르도 2015 빈티지

프랑스 와인 5대 산지, 5대 샤토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 이른바 5대 천왕을 탄생시킨 곳이다. 그러나 한병에 수천 달러에 달하는 5대 천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르도 지방은 대서양에 면한 비옥한 땅이다 보니, 비록 5대 천왕에는 못 미치지만 5대 천왕을 넘보는 와인들이 적지 않다. 오래전 2014년 보르도 빈티지를 살펴봤으니, 오늘은 2015년 빈티지를 훑어보자.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2015년의 작황이다. 최근 몇년간 매우 특이한 기후를 보였던 보르도는 2015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뭄이 4개월 정도 계속됐고, 6~7월은 엄청나게 더웠다. 가뭄과 더위로 포도알은 작아진 반면 당도는 높아졌다. 껍질도 상당히 두꺼워져 탄닌은 더욱 짙어졌다. 특히 여름에 가뭄이 와 포도나무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른바 수분을 흡수하지 못해 생기는 '워터 스트레스(WATER STRESS)'다. 하지만 대자연의 오묘한 이치는 보르도를 버리지 않았다. 워터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려는 시점에서 비가 내렸고, 목마른 포도밭을 적셨다. 워터 스트레스 직전에 위기에서 탈출한 것이다. 당도가 한껏 높아지는 9~10월이면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지만 다행히 그해는 9월부터 서늘해지기 시작해 병충해를 막을 수 있었다.

보르도 지역의 이상기후는 2009년과 2010년 최고의 빈티지를 탄생시킨 뒤 바닥으로 추락했었다. 악천후로 포도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2011년과 2012년 빈티지는 몰락했고, 2013년은 최악을 기록했다. 그나마 2014년은 3년의 아픔끝에 다시 멋진 빈티지를 탄생시켰고, 이같은 축복은 2015년까지 이어졌다. 나는 지난해 9월 보르도를 방문했었다. 2017년 빈티지 또한 엉망이었다. 봄부터 때아닌 서리가 포도밭을 엄습, 초토화시켜 생산량이 급감했다. 프랑스 전체 포도 생산량이 전년보다 17% 감소했을 뿐 아니라, 5년 평균 수확량보다도 16%나 줄었다. 1991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적은 수확량을 기록했다. 보르도도 일부 포도밭은 70% 피해를 입는 등 전체적으로 46%나 수확량이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2015년 빈티지는 2014년에 이어 보르도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보석같은 빈티지가 아닐 수 없다.

보르도의 5대 산지는 메독과 그라브, 소테른 발삭,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이다. 가론강과 도르도뉴강이 한데 모이는 이른바 합수(合水)머리의 지롱드강을 경계로 좌우로 나뉜다. 레프트뱅크(左岸)에는 메독과 그라브, 소테른 발삭이 자리잡고, 라이트뱅크(右岸)에는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이 누워 있다. 5대 샤토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라투르를 일컬으며 1855년 프랑스에서 보르도 와인을 5개의 등급으로 나눌 때 1등급을 받은 5개의 와인을 말한다. 5대 천왕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은 5대 샤토 중 4개가 레프트뱅크의 메독에 있다. 그중에서도 메독의 상류 지역에 있다. 유일하게 샤토 오브리옹만 그라브에 있지만 그라브 또한 레프트뱅크다. 여기에 5대 천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토 페르튀스는 라이트뱅크의 포므롤 지역에 있다. 샤토 페르튀스의 출현은 레프트뱅크뿐 아니라 라이트뱅크에서도 천왕급 와인의 탄생이 가능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내가 지난해 보르도를 찾았을 때 페르튀스의 주인을 만나는 영광을 누렸고, 그로부터 라이트뱅크의 우수성을 귀가 닳도록 들었었다.



그렇다면 5대 천왕급에 도전하는 샤토를 찾아보자. 물론 2015년 빈티지다. 2015년 빈티지의 라이트한 와인은 올해 크리스마스 때 마시기 적당하다. 조금 더 무거운 2015년 빈티지는 1년 정도 더 숙성시켜야 하고, 메독 지역의 와인도 2020년 가을부터는 마실 수 있다. 그러므로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1~2년 먼저 멋진 2015년 빈티지를 사놓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한다. 레프트뱅크와 라이트뱅크의 전문가가 각각 추천하는 빈티지라면 실수가 없을 것이다.

라이트뱅크의 2015년 빈티지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생떼밀리옹에서 생산된 샤토 라 가플리에르(Chateau La Gaffeliere)로 디켄터는 94점을 부여했다. 우안의 두번째 대표주자는 샤토 록 드 깡브(Chateau Roc de Cambes)로 93점을 받았다. 역시 생떼밀리옹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샤토 르 테트 로테뷰에프의 소유주 프랑소아가 깐깐하게 가려낸 옥토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그다음은 샤토 폰테닐(Chateau Fontenil)로 92점이다. 미첼 롤란드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것으로 그가 낳은 최고의 작품중 하나다. 이외에도 샤토 보흐너스(Chateau Bourgneuf)와 샤토 몽롱드리(Chateau Montlandrie)가 각각 91점을 받아 라이트뱅크의 떠오르는 5대 와인에 포함됐다.

레프트뱅크에서는 샤토 다르메라끄(Chateau d'Armailhac)와 샤토 랑고아 바르똥(Chateau Langoa-Barton)이 각각 92점으로 최고로 평가됐다. 샤토 마르키 드 칼롱, 샤토 칼롱 세귀(Chateau Marquis de Calon, Chateau Calon-Segur), 샤토 몽브리송(Chateau Monbrison)이 각각 91점, 샤토 트롱쿼이 라란드(Chateau Tronquoy-Lalande)가 90점을 받았다.

이 와인들은 대체적으로 아직 반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인터넷 와인 판매점이나 로컬 와인가게에서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만약 보르도 와인을 좋아한다면 2015년 빈티지는 마시기에 또는 투자, 수집용으로 여러모로 필수품이 될 것 같다.


배문경 /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국제와인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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