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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피에몬테의 왕, 세상과 작별하다

또 하나의 별이 졌다. 약 열흘전인 지난달 21일 전세계 와인매니아도 울고, 포도도 울고, 와인도 울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바롤로와 발바레스코와인의 왕으로 불렸던 브루노 지아코사(사진)가 다른 별로 떠났다. 88세를 일기로 그는 사랑하는 와인을 남기고 이승과 작별했다. 이탈리아에는 빼어난 와인생산자들이 별처럼 많고, 훌륭하다고 평가를 받는 사람도 모래알처럼 많지만 '천재'라고 불리는 단 한사람, 브루노 지아코사, 그가 떠난 것이다.

이탈리아 알바 소재 산 자라조병원에서 세상과 작별한 브루노 지아코사는 피에몬테는 물론, 이탈리아 전체, 나아가 세계적으로 '와인업계의 전설'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바롤로지방의 선구자로, 지난 60년동안 이탈리아 와인산업의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매우 까다로운 완벽주의를 추구해, 그가 만든 와인은 항상 최고로 인정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와인을 마시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3대째 내려온 지아코사가문의 포도 중개인 사업을 물려받아, 피에몬테지방에 있는 모든 포도밭의 구석구석을 누빈 인물이다. 흔히들 시골에 가면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안다고 하지만 지아코사도 와이너리의 수저 하나까지 완벽하게 파악한 것으로 유명하다. 피에몬테 구석구석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 지역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사들여 산토 스테파노 발바레스코의 첫 빈티지를 1964년에 만들어냈다. 아버지가 그랬든 그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농부에게 포도를 구입해 와인생산 첫 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그뒤 1982년 드디어 알바의 포도밭 25에이커를 사들여서 프랑스 버건디의 밭이름을 새기는 관습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지아코사 와이너리는 55에이커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지아코사의 포도밭은 랑게 지방에서 가장 뛰어난 크뤼, 즉 가장 비옥한 토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아코사 와인의 인기는 이 비옥한 땅에서 자라난 포도에 그의 고집스런 완벽주의가 깃들여짐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는 철저한 완벽주의를 지향,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조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는 아버지에게서 배운대로, 할아버지의 손맛을 그대로 따라 간다. 고집스런 전통주의자이다. 특히 자신이 모자라고 판단하는 와인은 결코 시중에 내다팔기 위해 병에 담지 않는다. 지난 2009년에는 2006년 빈티지의 바롤로와 발바레스코를 시중에 내다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모든 와인을 다른 중개인들에게 넘기기도 했다. 2006년은 바롤로 지방의 대박 빈티지중의 하나였지만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도 했던 해이기도 하다. 이같은 원칙을 지켜왔기에 지아코사의 명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네비올로포도로 생산되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 바롤로라면, 와인의 여왕은 발바레스코이다. 바롤로와 발바레스코 모두에서 최고이기에 지아코사는 피에몬테의 왕인 것이다. 피에몬테의 레드와인은 강건하고 진하며, 숙성되는 과정에서 더욱 그 수준이 향상된다. 지아코사가 한병에 40달러에서 1000달러를 훌쩍 넘는 와인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먹고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와인, 그래서 이탈리아 국민들이 즐겨찾는 바베라와인도 만들었다. 피에몬테의 알바와 아스티지역에서 재배되는 바베라포도로 만들어지는 와인이다. 바롤로와 발바레스코가 부담스럽다면 지아코사가 만든 바베라 알바로 지아코사를 느낄 수 있다, 2013년 빈티지가 26달러정도이니, 이 정도라면 우리도 부담없이 지아코사를 만날수 있는 것이다.

피에몬테에는 무려 3만5000개가 넘는 포도밭이 있다. 작은 면적임에도 그렇게 많은 포도밭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아코사의 이름은 최고였고, 그의 별세 소식에 이탈리아의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애도했다.

와인업계에서는 지아코사의 타계를 프랑스 버건디의 거장인 앙리 자이에의 별세에 비유한다. 로마네 꽁티보다 유일하게 인기 높고 또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와인들이 앙리 자이에의 와인들이다. 그가 생존했을 때 300달러에 팔리던 1996년 엣세죠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 8병이 6만1000달러에 팔렸고, 지금도 한병에 6500달러를 호가한다. 아마도 지아코사의 와인도 이제 더욱 희귀해지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지아코사와 작별한 2018년 1월, 그의 딸들은 여전히 지아코사 와이너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고집스런 완벽주의가 그의 딸들에게도 전해져서 지아코사의 성을 더욱 굳건히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배문경 /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국제와인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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