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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류 미비 미국인입니다" 트럼프 연설 참관한 DACA 수혜자 에스더 정씨

6살 때 이민…어머니 실직으로 불체자 전락
DACA로 운전면허 취득하고 대학에도 진학

대통령 중단 결정에 다시 추방 위기 내몰려
럿거스 불체자 모임 결성, 드리머 구제 활동


"저는 미국인입니다. 단지 서류상으로만 그렇지 않을 뿐입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이 자리의 주인공은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하원 본회의장에 입장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던 '드리머'들도 대통령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 성장해 이곳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드리머들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폐지 결정으로 추방 위기에 몰린 상태다.

국정연설을 지켜보던 드리머 중에는 뉴저지주 한인 대학생 에스더 정(19)씨도 있었다. 정씨는 DACA 폐지에 반대하는 프랭크 팰론(민주.뉴저지 6선거구) 연방하원의원의 초청으로 국정연설 현장에 자리했다. 정씨는 DACA 유지와 드리머 구제를 염원하는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현재 뉴저지주립 럿거스대 2학년이자 교내 불체 학생 모임 'RU 드리머스'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6살 때 뉴저지 하이랜드파크로 이민 왔다. 정씨의 어머니는 취업비자를 받고 병원 간호사로 일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정씨의 어머니는 직장을 잃었고, 비자 스폰서 역시 사라졌다. 갑작스레 온 가족이 불체자로 전락한 것.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살았던 정씨의 부모는 한국으로 돌아갈지 여부를 고민하다가 미국에 남았다.

이후 정씨 가족의 삶은 크게 변했다. 부모는 열심히 일했지만 불체자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의료 및 복지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정씨는 좋아했던 바이올린 수업을 포기했고, 과외 활동에도 많은 지장을 받았다. 체류 신분이 바뀌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정씨의 삶을 바꾼 것이 바로 DACA였다. DACA 수혜를 받으면서 정씨는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살면서 꿈을 키워갈 수 있게 됐다. 럿거스대에 진학한 정씨는 졸업 후 변호사가 되기를 꿈 꾸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DACA 폐지 선언은 정씨의 꿈을 무너뜨리고 있다. 정씨처럼 추방 위기에 처한 DACA 수혜자들은 전국에 약 80만 명이나 된다.

정씨는 "트럼프 대통령은 DACA나 이민 문제와 관련해 일부 극단적인 사례만 들며 나쁜 편견을 만들고 있다"며 "DACA는 일부 히스패닉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및 아시안 문제이자 미국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곳에서 자라고 살고 있는 나는 미국인이다. 단지 서류상으로만 아닐 뿐이다"며 "내가 미국인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미국인인가"라고 강조했다.

DACA 수혜자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통령에게 전하고자 정씨를 국정연설 행사장에 초청했다는 팰론 의원은 "그녀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고 격려해야 할 젊은이의 전형이다. 이들 젊은이를 추방해서는 안 된다"며 "뉴저지는 에스더의 집이다. 추방 위기에 떨며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체 청년 180만 명에게 시민권 부여의 길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이민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해 비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개혁을 언급하면서 지난 2016년 뉴욕주에서 청소년 2명이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들이 주축이 된 MS-13갱단에게 살해 당한 사건과 국경 보안이 취약해 마약과 폭력 조직이 미국으로 유입됐다고 예를 들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드리머들이 갱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고의적으로 암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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