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 이탈의 맹점] 원정출산 막자고 한인 2세 발목 잡는다
이탈신고 절차 복잡해 포기
미국 공직 진출시 불이익도
위헌소송으로 법 개정 필요
특히 미국 국방부·연방수사국(FBI)·중앙정보부(CIA), 고위공직자 신원조회 과정에서 '복수국적 여부'를 확인하는 문항은 한인 선천적복수국적자에게 불이익이 되고 있다. 미국 태생 한인 2·3세에게 선천적복수국적이 혜택과 동시에 독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국적이탈 포기
현재 한국 국적자가 미국에서 자녀를 낳으면 출생신고 등 일단 국적법을 준수하는 것이 훗날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자였던 한인 2·3세의 선천적복수국적 이탈신고는 한국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 증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법상 재외국민이 미국의 관공서에만 혼인신고 및 자녀 출생신고를 하면, 향후 국적이탈 절차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선천적복수국적 자녀를 둔 한인들 불만은 거세다. 마이클 최(55)씨는 올해 18세가 되는 아들을 위해 2016년 10월부터 14개월 동안 LA총영사관을 12번이나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혼인신고, 아들 출생신고까지 다 했지만 이후 아내가 시민권을 취득하는 바람에 국적상실신고가 필요했다. 가족관계증명서부터 각종 등본까지 서류준비가 너무 복잡했다. 선천적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선천적복수국적자 아들의 국적이탈을 포기한 김모(53)씨는 "우리 아들은 한국 호적에 이름이 없다. 아이한테 한국 가서 일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국적법이 불합리하다. 한국 정부가 바라는 동포의 현지화, 해외 한인 인재 육성 정책을 가로막는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돌 지난 아들을 둔 장모(39)씨는 "선천적복수국적이 한인 2세 남성에게 혜택이 아니라 18세 때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했다. 한국 정부가 해외 한인 차세대를 자산으로 보지 않고 군대 회피자로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소원 판결 촉구
지난 5일부터 LA한인회 등 주요도시 한인회는 '선천적복수국적법 개정 탄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탄원서는 ▶선천적복수국적 이탈 유예기간 도입 ▶한국 헌법재판소 헌법소원 '2016 헌마889' 판결 촉구 내용을 담았다.
주요도시 한인회는 탄원서에서 "원정출산을 막으려고 2005년 개정한 일명 홍준표 법안은 미국에서 태어난 복수국적 자녀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외 인재가 모국과 거주 국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에 다섯 차례 '선천적복수국적 위헌 소송'을 제기한 전종준 변호사는 한인사회의 의견수렴과 행동을 촉구했다.
전 변호사는 "선천적복수국적 사실을 몰랐거나 국적이탈을 제때 하지 못한 한인 2세는 미국 군대, 정보기관, 국가기밀을 다루는 고위공직자 신원조회 때 복수국적자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든지 복수국적자라고 사실대로 말해 불이익을 받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선천적복수국적 위헌 판결을 촉구해야 한다. 위헌 판결이 나면 국회는 자동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때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복수국적자는 병역의무 및 국적과 무관하다'는 법안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천적복수국적자로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 전에 한국 국적이탈을 하지 못한 한인 2세 남성은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선천적복수국적자는 미국 사관학교 입교나 군내 주요 보직 임용 제외, 방위산업체 취업 불이익 등을 겪고 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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