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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가출한게 아니라 실종됐어요" 3년 전 실종된 길형태씨

연중기획: 한인 실종자 찾기 프로젝트

70대 노모 애타는 기다림
총영사관서 도움 못 받고
영어 미숙에 신고도 못해
방문에 쪽지 붙이고 외출
"죽으면 잊을 수 있을까"


"엄마 잠깐 어디 나갔다가 올게. 그동안 오면 엄마한테 제발 연락해줄래?"

일흔을 넘긴 노모는 얼마 전까지 외출할 때마다 문에 쪽지를 붙여놓고 나섰다.

금방이라도 아들이 돌아올 것 같아 잠시만 집을 비워도 노모는 안심할 수 없었다.

노모의 아들은 길형태씨다. 63년생으로 올해 55세가 되는 길씨는 3년 전 어느 날 LA한인타운 옥시덴탈 선상에 있는 아파트에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 아파트에서 길씨는 노모를 모시고 함께 살았다.

노모는 실종 일자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날 길씨는 일자리를 알아본다고 아침에 집을 나섰다.

"엄마 걱정할까봐 어딜 가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침에 나가면 반드시 저녁에 돌아왔어요. 아들은 가출한 게 아니라 실종된 거예요."

하루 이틀이 지나고 아들을 기다리다 지친 노모는 직접 찾아나섰다. 하지만 일흔 넘은 할머니의 말을 믿어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노모는 LA총영사관 문을 두드렸다. 사라진 길씨는 영주권자로 대한민국 국적자다. 안내 직원에게 "아들이 실종돼 총영사님께 도와 달라고 부탁하러 왔다"고 했다. 직원은 "총영사님은 바쁘시다"고 했을 뿐 영사관 다른 직원과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한인타운 전담지서인 올림픽경찰서도 찾아갔다. 하지만 램파드 경찰서 관할이라고 거기로 가라고 했다. 램파드 경찰서에서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어가 미숙한 노모의 말을 경찰은 알아듣지 못했고, 귀담아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쉰 넘은 성인 남성이 '자발적으로 집을 나갔다'고 봤다.

혹시나 싶어 홈리스센터까지 찾아갔다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노모가 가출이 아니라 실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는 아들의 성격 때문이다. 노모의 설명대로라면 아들은 '지극히 내성적'이다. 고등학교 때 농구선수를 하면서 모범학생 상도 받았고, 대학에 진학했던 아들이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문제가 생겼다.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방에서 나오지 않게됐고 대학도 그만뒀다.

"그래도 엄마 생각만큼은 끔찍이 하는 아들이었어요. 아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어미 탓이죠."

길씨의 실종은 한인 이민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들이 사라져도 실종인지 가출인지 그 여부는 온전히 70이 넘은 노모의 몫이다.

그러다 노모는 본지 29일자 '전국 한인 실종자' 특집 기사를 읽었다. 침침한 눈을 비비면서 끝까지 읽었다고 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제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요."

노모는 기자와 통화에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딸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들이 돌아올까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노모는 "내가 죽어야 (아들을)잊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살아있는지만이라도 제발 알려달라"고 했다.

길씨의 키는 182센티미터로 큰 체격이다. 주로 청바지에 점퍼를 입고 가방을 메고 다녔다. 오른쪽 눈 위에는 하얀 점 같은 백태 현상이 있다. 눈썹도 조금 하얗다. 안경을 썼고 휴대전화는 없다.

노모의 마음은 다른 실종자 가족과 다르지 않다. 죽기 전까지 삶은 매일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반복된다.

▶제보: (213)368-2667


정구현·황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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