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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닮아가려는 자세가 더 중요" 류종구 성가브리엘 천주교회 주임신부 인터뷰

한국외방선교회에서 미국 파견
선교사 사제로 아쉬움도 느껴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쌀쌀한 지난 23일 롤랜드하이츠 지역 성가브리엘 천주교회 사제관을 찾았다. 부임한 지 7개월이 되어가는 한국외방선교회의 류종구 주임신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미국에 언제 파견되었고 그동안 어디서 사목했나.

"2013년 1월 뉴욕 브루클린 교구의 예수성심 성당(Sacred heart of Jesus Parish)에서 3년동안 미국 현지인 사목을 한 후 샌호세교구 한국순교자 성당과 코네티컷주 성미카엘성당에서 영어와 한국어미사를 담당했다. 2016년에 이곳 LA대교구로 와서 성정하상 바오로, 성요셉, 성바실과 글렌데일에 있는 인카네이션 미국 성당 등에서 한인과 미국인 사목을 하다가 지난해 7월 이곳 주임신부로 오게 되었다."





-한국외방선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이곳 LA대교구로 파견되었는데 한인 사목을 하면서 느낀 점은.

"1년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도 관찰하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1992년에 사제서품을 받고 파견된 첫 선교지가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였고 건강문제로 2008년에 귀국할 때까지 원주민 사목만 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서울 본부에서 선교회 참사, 후원회 담당, 수련장, 선교센터 원장 등의 소임을 받았지만 한국인 사목은 하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처음 한인 사목을 하게 된 것인데 같은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는 만큼 편하고 인간적인 위로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한편 선교사로서 파푸아뉴기니에서 지낼 때와 같은 삶의 역동성은 현저히 낮다. 한인 신자들에게 느낀 것이라면 신앙과 일상생활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고, 교리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천주교 신자다운 향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어 아쉽다."



-무엇이 문제라 생각하나.

"무엇보다 천주교 신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부족해 보인다. 확고하게 복음적인 가치관을 세우고 자신과 이 사회를 복음화하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는 신자들을 보기가 참 어렵다. 구도자의 자세로 예수님을 배우고 닮으려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보다 주일 미사나 신심 행위에 의무적으로 참가하고 교회가 지시하고 권고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자신의 신앙생활을 가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끊임없이 목적과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며 쇄신하지 않으면 이내 율법주의의 망령에 휘둘리는 것이 우리의 신앙생활이다. 구세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도 바로 이 문제였다. 율법주의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크리스천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늘 부족한 핵심적인 주제라 생각한다."



-선교사 사제로서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지표는.

"나의 평생 미션은 어디를 가든 우리 천주교신자들이 율법주의적인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으로부터 예수님을 깊이 사랑하여 신자다운 정체성과 가치관을 갖고 바로 그 신앙때문에 기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한인사목을 하는 사제들을 보고 느낀 것은 없나.

"함께 사목활동을 하지 않아 특별한 느낌은 아직 없다. 굳이 한 가지 말한다면 선교사로서 모든 것이 불비한 환경에서 신자, 비신자 구분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살아오다가 이곳에 와서는 점점 사목자라기보다 이미 갖춰진 조직 안에서 관리하는 행정가나 관리자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한인 사목이 지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공동체 안에서 세대간의 소통과 공감이다. 대부분 어르신이 많고 아래로 갈수록 층이 얇고 이에 따른 단층 현상도 심해 보인다. 쉽진 않지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양 극단의 층을 모두 돌보아야 하는 것이 이민교회뿐 아니라 이민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이면서 극진하게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한인공동체의 존립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고 본다. 이곳에 와서 가장 마음 쓰는 일이 이중 언어와 두 문화 정서를 넘나들 수 있는 청장년층을 모아 그들이 주축이 되어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성당을 내 집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여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한인 신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앞서 한 말을 다시 하게 된다. 신앙생활 운운하기 전에 먼저 예수님과 같은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질 것. 그와 같은 마음의 기반 위에 천주교 신자다운 가치관이 올바로 들어서게 할 것.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기도, 양심성찰, 성경읽기, 교리공부 등의 생활이 하느님 중심으로 흘러가도록 버릇을 들여야 한다. 버릇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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