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본 원정출산] 함정 수사에 쓰레기통까지 뒤져 증거 수집
법집행기관들 연계 수사
원정출산 광고는 여전해
국토안보부(DHS)는 연방이민단속국(ICE), 국토안보조사부(HSI) 등과 연계해 불시 단속 및 위장 수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단속팀은 이미 지난 9일 LA카운티, 오렌지카운티 등 20여 곳 이상의 산후조리원 및 원정출산 전용 아파트를 급습한 바 있다.
DHS 일레인 더크 디렉터는 "원정출산자를 위한 '산모 호텔(maternity hotel)' 비즈니스는 탈세, 불법 개조, 신생아 안전에 필요한 시설 미비, 비자 사기 등 각종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단속 대상"이라며 "현재 법집행 기관들은 원정출산과 관련한 정보와 제보 등을 이미 공유하고 있으며 수사팀을 구성해 불시에 단속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속은 매우 치밀하게 진행된다. 실제 지난 2015년 어바인 지역 칼라일 아파트 원정출산족 단속에 나섰던 HSI 클로드 아놀드 전 수사관은 "당시 주민들로부터 아시아계 산모들의 출입이 갑자기 늘었다는 제보가 어바인 경찰국에 처음 접수됐고 단속팀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시작했었다"며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수사관이 고객으로 위장해 수사를 진행했고 쓰레기통까지 뒤져 병원기록과 원정출산 산모들에 대한 증거까지 수집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원정출산 광고는 계속되고 있다.
임신부 이미영(32·풀러턴)씨는 "산후조리 서비스를 알아보다가 원정출산 산모들을 위한 다양한 패키지 서비스가 준비돼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심지어 한인 산부인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그 병원에서 원정출산을 한 한국의 유명 스타 사진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서 원정출산을 부추기는 광고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원정출산이 빚어낸 현실 때문에 그 피해는 정작 한인 2세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적법을 개정, 원정출산을 통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국적 이탈 불허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동포사회의 실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게 문제다.
이 때문에 국적 이탈이 어려워진 동포 2세들이 20년간 국적 이탈 불가능, 모국에서의 활동 제약, 미국 내 공직 진출 불가 등 각종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폐해와 부당함 때문에 한국 헌법재판소에 5번째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는 전종준 변호사(워싱턴로펌)는 "한국의 현행법은 원정출산이나 병역 기피와 무관한 한인 2세들에게 사회적 진출 및 활동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는 훗날 동포 2세들이 모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막는 것으로 이들을 원정출산자와 동일집단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연정민(42·LA)씨는 "나는 이민자로서 자녀에게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려고 뿌리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한국 정부가 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것 같다"며 "지금은 글로벌 시대인데 디아스포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현행법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원정출산 아기를 일컫는 '앵커 베이비(anchor baby)' 논란은 미국 사회 내에서도 이민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DHS와 함께 원정출산 규제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제니 서(39·토런스)씨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반 이민 정서가 거세지고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원정출산 성행은 기존 이민자에 대한 이미지를 더 악화시킬까봐 걱정된다"며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현행 규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원정출산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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