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봉송 스태프 500명, 그들 때문에 빛난 평창 불꽃
옆에서 돕는 플레임 서포터 등
매일 수십㎞ 씩 교대로 달려
"76일간 한번도 집에 못갔지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국내 봉송 76일째인 15일 서울 지역을 돌았다. 성화는 16일까지 서울 지역 봉송을 마친뒤 경기 고양과 파주 등을 거쳐 19일 강원에 입성한다. 강원 지역에서 봉송 막바지 일정을 마친 성화는 다음 달 9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개폐회식장 성화대에 최종 점화된다.
봉송 구간마다 성화봉을 들고 달리는 주자는 1명이다. 봉송 주자는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200m 안팎의 구간을 달리거나 걸어 불꽃을 안전하게 운반한다. 그런데 봉송 주자 혼자 뛰는 건 아니다. 플레임 서포터 1명이 주자 옆에 밀착해 안전한 봉송을 돕는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관 보안주자 4명이 주변을 에워싸고 달린다. 그 바깥으로는 500여명의 스태프가 봉송행렬을 함께 한다. 이 가운데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 인원만 200여명에 달한다. 불꽃 하나에 매머드급 인원이 따라붙는 셈이다. 이 많은 인원은 곳곳에서 각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우선 행사를 총괄 운영하는 기획팀과 봉송 주자와 경로를 담당하는 팀, 봉송 지역의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팀, 행사 관련 물자를 나르는 팀 등으로 나뉘다. 또 3교대로 성화가 안치된 밤 동안 이를 지키는 팀도 있다. 이들 모두가 평창올림픽을 환하게 밝힐 불꽃의 '수호자'인 셈이다.
봉송 주자 옆에서 뛰는 플레임 서포터는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다. 이들은 봉송 행사의 진행과 함께 봉송 주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주자들을 인터뷰하고 세리머니를 유도해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인다. 대학 레크리에이션과 출신으로 76일 내내 성화 봉송을 함께 하는플레임 서포터 선민지(23)씨는 "수천 명의 봉송 주자마다 각각 사연이 다르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더라. 새로운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걸 알게 돼 반가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성화 봉송 스태프들은 애환도 크다. 매일 수십 ㎞ 봉송을 교대로 걷거나 뛴다. 봉송 여정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제대로 쉴 수도 없다. 하루 수면시간은 5~6시간 안팎인데, 봉송 지역이 매일 바뀌다 보니 숙소에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다. 손희연 조직위 성화봉송팀 매니저는 "지난 76일간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머니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나중에 100일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아볼 생각이다. 백일기도의 심정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화려하게 점화될 그 순간만 상상하며 수고를 잊는다. 전 대회인 2014 소치올림픽 땐 80여 차례나 불이 꺼졌다. 2016 리우올림픽 땐 일부 구간에서 성화봉을 향한 물세례가 벌어져 성화가 꺼졌다. 다행히 평창올림픽 봉송은 사고없이 진행됐고 성화가 꺼진 건 봉송 초반 성화봉 문제로 옮겨 붙이다가 꺼진 세 차례뿐이다.
김찬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장은 "힘든 순간이 있지만,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응원에 힘을 낸다.
성화 봉송은 '성화대 점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며 "성화 봉송 슬로건인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에 맞게 남은 기간에도 많은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봉송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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