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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그레이 칼럼] 유적지에서 얻은 에너지

2018년 1월 1일자 ‘뉴요커’잡지를 읽다가 슬그머니 미소가 나왔다. 보스턴에 사는 어머니가 금을 찾겠다고 캘리포니아로 떠난 아들에게 1860년 8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보낸 편지를 극작가 사라 번스타인이 썼다. 선택한 주제나 언어와 표현방식이 전세기의 분위기를 가져서 진짜 편지같은 착각을 줬다.

1848년부터 금이 발견된 캘리포니아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대거 몰려가서 골드 러쉬 현상을 일으켰다. 그들은 서부 개척사에 불을 지핀 사람들이다. 그렇게 일확천금을 꿈꾸고 멀리 떠난 아들에게 자신과 동부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어머니의 편지에 애잔한 사랑이 담겼다. 그런데 그 중에 재미있는 연쇄 편지가 끼여 있다. 수신인이 받은 편지를 그대로 7장을 복사해서 지인들에게 돌리고 그것이 다시 본인에게 돌아오면 명성을 얻고 실천하지 않으면 집안에 재앙이 온다는 편지다.

오래전 이런 편지를 처음 받았을 적에 가졌던 혼돈이 생각났다. 미지에 대한 불안감을 슬쩍 건드린 내용대로 7장을 복사해서 지인들에게 돌려야하나 망설였다. 하지만 넌센스를 믿을 만큼 정서적인 약질이 아니어서 편지를 버렸다. 아무튼 20세기 사기의 일종으로 본 행운의 편지를 19세기 분위기에 적응한 것이 재미있다. 그러잖아도 버지니아주의 유적지에 가서 18세기의 분위기에 푹 빠졌다 돌아온 후여서 사라 번스타인의 글에서 전세기의 사람들과 다시 교감해서 좋았다.

두 딸네까지 포함한 온 가족이 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에 있는 제임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별장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보냈다. 4 에이커 넓은 지역의 안쪽에 우뚝 선 이탈리아식 별장은 놀라운 천연의 환경을 가졌다. 사슴과 야생동물, 새들이 환하게 열린 하늘과 강을 맞들고 사방으로 난 많은 창을 통해 제임스 강의 숨결이 집안으로 스며들었다. 매일 모습을 바꾸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에 우리는 완전히 매료됐다.

요리를 잘하는 큰사위가 부엌을 담당하고 둘째 사위는 보조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덕분에 여자들은 편안했고 남편은 맛있는 음식에 늘 행복했다. 우리는 낮에는 주변 곳곳의 볼거리를 찾아보고 저녁에는 둘러앉아 스크래블 게임과 퍼즐을 즐겼다. TV나 와이파이가 없으니 서로 마주보는 시간이 많았다. 디지털 세상에서 갖지 못하는 여유와 평안이 아날로그 환경에서 가족간의 화목을 다져줬다. 특히 생후 7개월 손자가 재롱을 피우며 웃음거리를 많이 준 하루하루가 축복이었다.

한적한 시골길을 구비구비 지나서 카페리 ‘포카혼타스’로 매일 제임스강을 건너갔다. 1607년 영국에서 신대륙을 찾아온 최초의 개척민들이 형성한 제임스타운은 미국의 출생지이다. 그때 영국인들이 타고 대서양을 건너온 배 3척의 모형이 강변에 전시되어 있다. 작은 목조선들이 대서양을 건너온 사실이 기적 같다. 안내자가 자상하게 소개한 배의 구조와 용도에서 옛 사람들의 대단한 용기에 감탄하고 그곳에 살던 인디언 추장의 딸로 영국인과 결혼한 포카혼타스의 전설에 새삼 가슴이 뭉클했다.

초기 이민자들이 원주민과 타협하며 낯선 환경을 극복하고 개발시킨 역사적인 도시 윌리엄스버그의 중심에 형성된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는 규모가 장장 1마일 길이에 ½ 마일 폭의 미국에서 가장 큰 유적지다. 이틀 동안 둘러봐도 다 보지 못했다. 많은 18세기 식민지 시대의 집과 정부 건물이나 상가들 중에 놀랍게도 오리지널 건물이 88채나 있다. 근 3백년 된 여관의 벽에 누군가 새겨놓은 낙서조차 귀한 문화의 흔적이다. 유명한 와이너리와 윌리엄스버그의 소문난 맛집들도 전세기의 분위기에 취하도록 유도했다.

곳곳에서 만난 당시의 의복을 입은 열성적인 버지니안들 덕분에 과거의 사회상을 잘 알게됐다. 그들은 선조들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으로 과거를 현재의 상황으로 재현시켰다. 특히 초기 버지니아 주의회 의사당의 내부를 소개하던 안내자가 미국 독립의 시초를 이룬 사람들의 이름을 열거하자 숨겨진 독립유공자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했다. 신대륙에 뿌리를 내리고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일궈낸 18세기의 이민자들로부터 현시대의 이민자가 얻은 아름다운 교훈은 꿈을 꾸는 사람은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적지에서 가진 과거로의 여행과 멋진 휴가는 가족 모두에게 휴식과 평안을 주고 새해도 열심히 살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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