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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홍 신부 칼럼] 예루살렘의 고통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인정이라는 뜬금없는 발언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일에 트럼프가 불을 댕긴 것이다. 그나마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던 예루살렘에 저항과 불만의 소리가 더 커졌고 더 큰 중동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그동안 국제적으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곳으로 인정되어왔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군이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민감하고, 오래된 역사의 실타래를 누구도 함부로 풀 수 없기에 평화지대로 놓은 것이다. 이것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발언을 했으니 화약고에 불을 지른 셈이다.

언젠가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처음 여행이었지만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 이스라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만큼 한국 기독교인들은 예루살렘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았다. 과거에 성지가 지금은 장사꾼들에게 점령당한 것을 보면서 실망스러웠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적대 정책과 억압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10년 전만 해도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는 급여가 없었다. 여행객들이 주는 팁과 개인적으로 파는 영상물과 책을 팔아 수입을 얻는다고 안내하는 목사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만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부당한 일들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그들은 부당함 속에서 저항하며 살고 있었다. 근본을 따지고 들어가면 같은 하느님과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처량해 보였다. 거리마다 장전된 총을 들고 서 있는 소녀티를 못 벗어난 이스라엘 여군들의 눈에서는 적대적인 눈빛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죽음의 공포를 껴안고 살아가는 전쟁터에서 선량한 미소와 여유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듯싶었다. 양측의 젊은이들은 불행한 역사가 만들어 놓은 비극의 한 장면을 장식하고 있는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이었다. 서로 공존하며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산다면 모두에게 얼마나 좋은 일일까 싶다. 특히 예루살렘이라는 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종교적인 행위들을 하느님은 어떻게 보고 계실 것인가? 종교가 평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자기의 종교만 내세우며 남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어떤 행위들도 하느님이나 알라의 이름으로 정당화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종교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유와 평화, 인류애의 정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다음 달 우리 교회 미국 신자들이 예루살렘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 이미 1년 전부터 준비된 일이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국무부에서 어떤 여행지침이 나오는지 주시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는 나라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을 평화롭게 살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다. 경제적으로 나아진다 해도 평화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 미국은 매일 아침 뉴스 보기가 두려운 나라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고 떠들어대는 트위터에 따라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분노하는 이슬람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불안해진 유대인들과 미국인, 모두가 지도자를 잘못 세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2000년 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이번 성탄절이 희망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한다.
 


이완홍 신부 / 메릴랜드 성공회 성요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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