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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핫 플레이스 턴테이블(2)

음악광이자 수집광…20대에 음악카페 운영 _ 이기영 사장(2)

이기영 사장의 정체성은 음악과 디자인으로 요약된다. 건설업을 하는 집안 2녀1남의 막내. 고등학생 때부터 LP 음반을 구하기 위해 미8군 부대가 있는 평택과 의정부, 동두천 등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했고 청계천 세운상가도 단골로 들락거렸다. 처음에는 ‘빽판’(불법 복제판)을 사 모으다가 오리지널의 매력에 빠져 원판을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그가 질 좋은 오리지널 판을 많이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세운상가 상인들이 그에게서 원판을 빌려 백판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20대 초반이던 1974년 직접 음악카페 운영에 뛰어들었다. 사업 자금은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인정한 부친이 지원했다.

“명동 유네스코 회관 근처에서 록을 운영할 때는 하드록을 주로 틀었는데 인기 최고였죠. 미국인들도 많이 드나들었고. 하루 매상 결산할 때 보면 300~400달러씩 있었을 정도니까. 그러다가 동업하던 형이 다른 사업한다고 해서 독립하게 됐죠. 가스등은 영화 ‘가스등(GasLight)’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캐치프레이즈가 ‘명동을 벗어나자’였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부터 명동을 떠난 적이 없었거든(웃음). 웨스트사이드는 성냥곽을 열면 ‘스토리를 찾으세요’란 문구를 넣어 재밌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처럼 음악카페를 ‘정말 좋아서’ 운영하던 사람이라서일까. 그가 뉴욕에서 큰 성공을 거둔 턴테이블도 단순히 음식만 파는 업소가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거는 듯한 느낌이랄까, 실내 인테리어 구석구석에 그가 전하고 싶은 문화 코드가 숨어 있기 때문. 그동안 수집한 12만 점이 넘는 콜렉션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소품들이 주는 매력이다.



“턴테이블 치킨 재즈에는 재즈와 관련된 소품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요. 희귀본도 있고 명반도 있고. 오디오 기기들도 재즈 음악에 적합한 것들로 채웠어요. 바로 코앞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데, 저게 지어진 게 1931년이거든요. 그래서 라디오라든가 스피커 같은 것들도 20년대, 30년대 것들로 배치했죠. 마주보고 있는 턴테이블 치킨 재즈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서로 호응하는 거죠. 또 턴테이블 LP바에는 탄노이 오디오를 비롯해서 클래식에 최적화된 기기들과 음반들이 준비돼 있어요. 또 노래방 룸마다 비틀스나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스타들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앤디 워홀이 작업한 앨범 재킷으로 실내를 장식했죠. 공사 중인 5애비뉴 가게는 근처에 오디오 기기로 유명한 JBL이 있는 곳이라 그 회사 창업자인 제임스 B 랜싱에게 헌정하는 공간으로 생각하며 꾸미고 있고. 이렇게 주변 역사와 환경을 고려해서 업소 인테리어의 콘셉트를 정하죠. 손님들이 이런 소소한 부분들을 읽어낼 수 있다면 단순히 음식 먹고 술을 즐기기 위해 찾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울 겁니다.”

한인타운에서 운영되고 있는 턴테이블 내부 구조를 보면 공통적으로 홀과 바를 갖추고 있다. 음악을 틀어주는 DJ실도 빠지지 않는다. 음악 마니아인 그의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 배치인 셈. 음악과 외식업을 결합한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꼭 한인타운이 아니어도 미국 어디서나 통할 것 같다.


김일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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