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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를 떼어놓는 “이상한 가족의 나라”

입양은 어린이 보호 ‘외주화’의 전형
출산율 가장 낮은 현상 우연 아니다
혈연가족 중심과 휴머니티의 모순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보스톤과 워싱턴 DC 인근에서 보냈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캐럴과 화려한 장식,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느낌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다. 공항과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떠오른다. 한국은 스스로 가족을 가장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서구 문화를 개인주의적이라고 부르면서 우리 문화에 대해서 은근히 도덕적 우월감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이 그 땅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한 일을 보면 가족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홍세화씨의 책에는 정치적 난민으로 파리에서 택시운전사로 살던 저자가 한국출신 입양인 형제를 만난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프랑스에서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불어를 그렇게 구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자기 택시에 탄 두 청년의 사연을 물었다.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얘기를 듣고서 그들이 풀어놓은 이야기다.

여섯살 형이 동생과 단둘이 파리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들을 각각 다른 가정에서 데려가려고 하더란다. 수천 마일 떨어져 말도 사람도 모든 것이 낯선 땅에서, 그 긴 비행기 여행 끝에 녹초가 되었을 이 여섯 살짜리가 위급한 상황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공항이 떠나가라 울부짖으면서 필사적으로 동생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동생을 입양하기로 한 가정에서 양보하고, 형제는 한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자신들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 외에는 뿌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그래도 형제는 서로를 지킬 수는 있었다. 그리고는 참담한 심정이 된 저자에게 묻는다. "어떻게 한국 사람들은 형제를 떼어놓을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부모도 국가도 지킬 수 없었던 동생을 지켜낸 여섯 살짜리가 자라서 한국에 던지는 질문을 나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한국 사람에게 가족이 정말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그 많은 아이들이 그 오랜 세월 속절없이 부모와 분리되었나. 심지어 쌍둥이 자매를 유럽과 미국으로 나누어 입양 보내고, 성장한 이들이 페이스북에서 만나는 기적이 일어나게 만들어 놓았을까.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하는 대답은 한국사람에게는 핏줄이 너무나 중요해서 핏줄이 다른 아이를 입양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휴머니티가 더 강한 서구 가정에 입양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끝까지 외면한다. 그토록 핏줄이 중요한 나라면서 왜 어떤 핏줄은 그렇게 쉽게 버려지는가. 2010년 초까지 한국에서는 연간 2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절반은 국내로 절반은 국외로 입양되었다. 같은 시기 네덜란드에서는 연간 5명 내외의 입양대상 아이가 발생했다. 이 격차는 무엇으로 설명될까. 필자의 결론은 1950년대 한국 전쟁 이래로 민간이 운영하는 입양기관과 고아원에 어린이 보호와 복지를 맡겨놓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요즘 말하는 소위 ‘외주화’의 원형이다. 입양뿐 아니라, 어린이학대, 부적절한 친권에 대한 개입 등 어린이 보호 영역에 공적 기관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차별과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회피하고 편법으로 대처했다. 1970년대까지도 서울에서 종종 혼혈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자라기 전에 이 땅에서 사라졌다. 이들이 모두 고아로 버려지지 않았다. 모진 편견 속에서도 엄마와 외할머니가 보듬어 키우던 사람들이 많았었다.

이들을 국가가 나서서 더 나은 삶의 기회가 있을 거라면서 집단적으로 외국으로 이주시켰다. 이후 한국은 원치 않는 아이들을 구별하여 외국으로 내보내는 더 효율적인 방법을 학습해왔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더불어 함께 살아내는 방법, 편견과 차별을 맞닥뜨려 이겨내는 법을 배울 기회를 놓쳐 버렸다. 그래서 아이들이 올 수 없는 가족과 사회를 만들어 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 건 아닐까.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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