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한 "검찰 가혹하고 기막히다"
검찰의 가석방 반대 주장에
"사실과 달라" 편지로 반박
"받은 적 없고 연락도 끊어져"
②경계성 성격장애자로 위험
"수감중 대학 졸업한 모범수"
'쌍둥이 언니 살해 미수사건'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지나 한(43)씨가 가석방 승인에 반대한 검찰 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한씨는 아둘람재소자 선교회의 임미은 선교사에게 보낸 5장의 편지를 통해 "가석방에 반대하는 검찰 측의 입장을 이해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내용이) 기막히고 황당하다"고 검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씨는 지난 10월31일 가주교정국에서 가석방 1차 승인을 받았다. 22세였던 1996년 구금된 지 21년 만이다. 그러나 오렌지카운티(OC)검찰은 제리 브라운 가주지사에 서한을 보내 "한씨는 여전히 사회에 위협적인 인물"이라며 승인 번복을 요청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한씨가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이하 BPD)' 진단을 받았고 ▶펜팔을 통해 사람을 조종(manipulate)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한씨가 사람을 조종하고 있다는 사례로 "한 영국 남성이 수감 중인 한씨에게 10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
그러나 한씨는 "그 영국분이 출소후 신탁계좌에 10만 달러를 넣어 날 도와주겠다고 편지에 쓰긴 했지만, 실제로 돈을 받은 적 없고, 연락이 끊긴 지도 2년이 넘었다"며 "편지 한 장으로 날 나쁜 여자로 몰아붙이는 검찰 측이 가혹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씨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검사에게 참회의 편지까지 썼다"면서 "20년 전 저지른 죄를 피해자(언니)가 용서했고, 피해자 가족(모친)도 석방을 원하는데, 오로지 검사만 용서하지 못하는 굳은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썼다.
한씨는 검찰이 제기한 BPD 장애 진단에 대해 편지에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BPD 환자는 대인관계,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다. 특히 우울과 분노를 자주 오가기 때문에 자살 시도도 잦다.
그러나 한씨를 10여 년간 면회해온 임 선교사는 BPD 진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임 선교사는 "지나는 수감 초기에 같은 방의 재소자가 담배를 피워 다툰 것 외에 말썽을 일으킨 기록이 없는 모범수"라면서 "또 옥중에서 꾸준히 공부해 칼리지를 졸업하고 전기 기술자로 일하면서 저축까지 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 주장대로 한씨가 충동적인 BPD 장애가 있다면 불가능한 수감 기록이라는 뜻이다.
한씨는 편지에서 가석방 최종 승인을 얻기 위해 여론에 적극 호소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씨는 "그동안 검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잠잠히 있었지만, 사실과 다른 것은 당당히 따지려고 한다"면서 "변호사를 통해 내 입장을 밝혀 가석방 승인 지지를 얻고 싶다"고 했다.
한씨의 가석방 승인은 1차 심사 결과다. 아직 가석방위원회 산하 법률부서의 2차 검토와 주지사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았다.
통상 1차 심사에 심각한 오류가 없으면 150일 이내 석방된다. 그러나 검찰의 반대 서한으로 요식적인 2차 검토가 아닌 '전원 재판부 재심리(En Banc Hearing)'가 열릴 수 있다.
한씨는 1996년 11월6일 평소 알고 지내던 10대 청소년 2명과 쌍둥이 언니 서니씨의 아파트에 침입해 언니를 권총으로 위협하고 결박한 뒤 크레딧카드와 신분증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체포됐다.
당시 검찰은 "전과 기록이 있는 지나 한이 새 삶을 살기 위해 쌍둥이 언니를 죽인 뒤 언니 행세를 하려 했다"면서 살인 공모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
주류 언론들은 기소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착한 언니 vs 악한 동생(evil twin)'의 선악 구도로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한씨는 '살인 미수' 혐의였지만 살인죄에 해당하는 2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정구현 기자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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