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줄고 '1000만' 영화도 한 편뿐
2017 한국 영화계 결산
2017년 극장을 찾은 관객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 개봉작 수는 2015년, 2016년에 비해 늘어났지만, 전체 관객 수는 떨어진 것. 현재 12월 11일 기준, 올해 남은 기간 관객 1000만 명이 들어도 2016년보다 633만 명이 적다. 가장 큰 원인은 여름 대목의 부진에 있다.
올 7~8월에 '군함도'(류승완 감독) '덩케르크'(7월 20일 개봉,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옥자'(6월 29일 개봉, 봉준호 감독) '택시운전사' 등 기대를 한껏 받은 텐트폴 영화가 출격했지만, '택시운전사'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진 못했다. '군함도'는 친일과 국뽕 논란을 동시에 겪으며 손익분기점(700만 관객)을 넘지 못했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공개를 목표로 제작된 '옥자'는 상영관 수가 한정돼 관객 동원이 쉽지 않았다.
장미 대선을 치른 5월엔 황금연휴가 있었지만, 관객 수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5월 전체 관객 수는 1868만206명. 2016년은 1813만1197명이었다. 정치영화 '특별시민'(4월 26일 개봉, 박인제 감독), 가족 관객을 겨냥한 코미디 '임금님의 사건수첩'(4월 26일 개봉, 문현성 감독)과 '보안관'(5월 3일 개봉, 김형주 감독) 중 '보안관'만이 관객 200만 명을 넘겼다.
추석 시즌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 '범죄도시'(강윤성 감독) 등이 각축을 벌였으나 1000만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그 중 '범죄도시'가 꾸준히 관객을 끌며 기대 이상의 흥행에 성공했다.
첫 '1000만 영화'가 늦어진다
올해 1218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 지난 5년 동안 가장 늦은 시기(8월 말)에 탄생한 '첫 1000만 영화'다. 2년 전만 해도 설 연휴와 5월 황금연휴의 덕을 톡톡히 본 1000만 영화가 상반기에 적어도 한 편씩은 등장했었다.
하지만 올해 설 연휴(1월 27~30일) 기간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공조'(김성훈 감독)는 최종 78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 결과는 그동안 '극장가 성수기'로 통했던 상반기 연휴 기간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 여행, 야외 활동 등 대중이 연휴를 보내는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극장가 역시 '무조건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 해에 1000만 영화가 여러 편 탄생하는 일도 뜸해졌다.
2014년 '겨울왕국'(2013,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 '명량'(김한민 감독)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조스 웨던 감독) '베테랑'(류승완 감독) '암살'(최동훈 감독)이 나란히 1000만 클럽에 입성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엔 '부산행'(연상호 감독), 올해는 '택시운전사' 한 편만이 1000만을 돌파한 상태다.
흥행영화 시민의 부채의식을 파고들다
"트로피나 1000만 관객도 중요하지만, 과거 미안한 마음을 되짚어 본 것이 더 의미 있었다." 지난달 열린 청룡영화제에서 '택시운전사'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미안한 마음'. 즉 시민의 부채의식은 올 한해 한국 흥행영화의 중요한 키워드였다. 1218만 관객이 든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항쟁을 2017년으로 불러왔다. 당시 광주가 국가의 폭력에 맞서고 있을 때, 대다수의 시민은 이를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었다. 30여년간 묵혀뒀던 부채의식을 택시운전사 만복(송강호)을 통해 건드린 이 영화는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가 됐다.
2009년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회한과 부채감이 엿보이는 작품도 올해 주목받았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 '만년 꼴찌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당시 노무현 후보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5월 25일 개봉, 이창재 감독)'는 185만 관객을 울리며 올해 다큐멘터리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정권을 입맛대로 주무른 정치검사를 통렬하게 풍자하며 질곡의 현대사를 질주한 '더 킹'도 한재림 감독이 직접 밝혔듯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시작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531만 관객이 보며 공감을 모았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도 자주 호명됐다. 659만 관객을 모은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하시마에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 노동자를 그렸고, 326만 관객이 본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주인공이었다. '군함도'의 경우 스펙터클 보여주기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두 작품 모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를 조명함으로써 관객에게 각성과 감동을 안긴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
김효은·나원정·고석희·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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