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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동쪽 끝의 '미니 유럽'…슬로베니아

고난의 역사에도 문화·언어 지켜
중세 분위기 물씬나는 시가지 유명

체코ㆍ헝가리 등이 포진한 동유럽은 최근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는 지역이다. 이어서 크로아티아와 함께 슬로베니아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알프스와 지중해의 자연이 있고, 중세의 흔적이 여전한 예쁜 도시가 있는 슬로베니아, 면적이 2만273㎢로 한국의 전라도만한 이 나라를 한마디로 말하면 '미니어처 유럽'이다.

북쪽에 오스트리아, 서쪽에 이탈리아, 남동쪽으로 크로아티아, 북동쪽으로 헝가리와 접해 있고 약 200만 명이 살고 있다. 게르만·라틴·슬라브 문화가 만나는 꼭짓점 자리에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변 민족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까지 왔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수없이 시달렸지만, 고유의 문화와 언어는 잃지 않았다.

슬로베니아는 1991년 독립한 신생 국가다. 독립 직전에는 유고슬라비아였다. 6개 연방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에서 슬로베니아는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자신이 쌓은 부(富)를 다른 연방국가에 평등하게 배분해야 하는 공산주의 체제에 슬로베니아는 반기를 들었다. 국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결정했고 중앙정부에 맞서 열흘간 전쟁을 치러 독립을 쟁취했다.

슬로베니아 역사를 알자면 이 땅을 지배했던 민족을 보면 된다. 6세기까지는 로마가 주인이었고, 로마가 물러간 뒤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슬라브족이 자리를 잡았다. 슬라브족은 200년 동안 통치하다가 게르만족에게 점령당했고, 이탈리아·오스트리아도 이 땅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역시 수도 류블랴나(Ljubljana)다. 마리보르(Maribor)와 프투이(Ptuj)도 많이 찾는다. 슬로베니아 가운데 있는 류블라냐에서 어느 쪽 국경을 가든 자동차로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구석구석에 박힌 도시를 여행하는 데 용이하다. 류블랴나와 마리보르가 현대와 과거가 잘 어우러진 모습이라면, 중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프투이는 화석 같은 도시다.

수도 류블랴나는 로마시대부터 이 지역의 중심도시 역할을 했다. 16세기에 지은 류블랴나 성은 도시의 상징이자 구시가지의 중심이다. 구시가지를 둘러보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물고기를 운반하던 골목, 화형식과 공개처형이 진행됐던 광장 등 도시 역사를 보여주는 구시가지는 항상 관광객으로 넘친다.

슬로베니아 서북쪽으로 알프스 자락인 줄리안 알프스(Julian Alps)가 뻗쳐 있는데, 이 웅장한 산자락에 작은 도시 블레드(Bled)와 보힌(Bohinj)이 있다. 슬로베니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블레드 호수 주변에는 고급 별장과 호텔이 가득하다. 벼랑 끝에 서있는 블레드 성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포스토이나와 피란은 슬로베니아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여행지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200만 년에 걸쳐 형성된 석회동굴로 유럽에서 가장 크다. 동굴은 7.5마일 길이지만 관광객에게 허락된 건 3마일 구간이다.

높이 200피트가 넘는 커다란 기둥, 바닐라 아이스크림, 늘어진 커튼, 스파게티처럼 얇고 길게 뻗은 것 등등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종유석이 동굴 안에 가득하다.

포스토이나가 땅속의 보물이라면 피란은 아드리아해의 빛나는 보석이다. 피란은 이탈리아 베니스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았는데, 아직도 이 지역은 이탈리아어를 슬로베니아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한다. 슬로베니아에서 피란은 작은 이탈리아로 통한다.베니스풍으로 지은 저택, 주거지를 비집고 들어선 작은 예배당, 건물과 건물 사이가 2m도 채 안되는 중세의 좁은 길 등…제대로 이곳을 보려면 현지인들 말처럼 "길을 잃어야"할 지도 모르겠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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