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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생명의 주인은 누구인가

박비오 신부/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자녀를 낳고 키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식이 내 손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이를 낳고 어떻게든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마음 깊이 기도했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내가 아이를 돌볼 수는 있지만, 아이의 건강과 생명은 내 손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모습이 아닌가. 부모는 아이를 만들지 않았다. 부모는 단지 생명의 전달자일 뿐이다. 부모 또한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몰라 손을 모으고 기다리지 않았던가. 만약 내가 아이를 만들었다면 지금의 내 아이처럼 이렇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 내가 인체의 신비를 모르거늘, 내가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부모는 단지 생명의 전달자일 뿐이고, 생명의 주인은 따로 있다.

살면서 많은 사고를 목격했을 것이다. 사고는 참으로 우연히 발생한다. 사람의 자유와 실수가 뒤범벅이 되어, 그리고 자연의 흐름에 섞여 사고가 발생한다. 이런 우연적인 사건처럼 사회적인 성공과 실패도 흐름을 탄다. 사회적 흐름을 탈 수 있는 것이 그 사람의 능력이라면 능력일 수 있지만, 성공과 실패 역시 우연적인 사건에 가깝다. 이와 같은 우연적인 사건 속에서 하느님의 돌보심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거나, 무심코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거나, 어떤 흐름 안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한 적이 말이다.

태어날 때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내내 우리는 하느님의 돌보심 아래에 머물러 있다. 우리의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왔고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 거두어 가신다. 그런데 우리는 이 자명한 사실을 너무나 자주 잊어버린다. 사실 내 것이라고 여기는 것 중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은 것을 잊고 자신이 잘나서 이 모든 것을 성취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스도교에서는 이런 것을 '죄'라고 규정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 때문에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우리를 풍요롭게 하시지 못한다. 왜냐하면, 죄는 하느님께 받은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여겨 하느님의 은총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피조물에는 하느님의 영광이 담겨 있다. 특별히 인간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피조물에 담겨 있는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그 아름다움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잊어버리는 것이 죄다. 피조물에 담긴 아름다움은 그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을 찾아오도록 하느님께서 심어놓으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의 원천을 잊고 그 아름다움만을 탐한다면, 그것은 생명으로부터 그리고 참된 풍요로움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죄로부터 돌아섬이, 곧 '회개'(悔改)가 요청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생명의 주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맺어야 할 열매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돌이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는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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